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조미옥 부장판사)는 국가가 서울시를 상대로 “서울시 소유의 경부고속도로 토지 소유권을 국가로 이전 등기하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경부고속도로 구간 중 서울시 소유로 등기된 땅은 서초구 원지동을 지나는 토지 일부로, 넓이는 1만7,473㎡이다. 50년 가까이 지나서야 소송이 이뤄진 탓에, 국가 측은 당시 해당 토지의 취득 절차를 자세히 입증할 서류를 제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민법상의 ‘시효취득’ 규정을 근거로 이 땅이 국가 소유라고 인정했다. 민법은 부동산을 소유하겠다는 의사를 지닌 채 20년간 평온하게 점유하면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소유권을 인정한다.
경부고속도로 땅 역시 국가가 1971년 8월 노선을 지정 고시한 이후 현재까지 해당 토지를 점유해 온 만큼, 20년이 지난 1991년 8월에 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본 것이다.
경부고속도로는 196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 공약에 따라 건설됐다. 당시 고속도로가 놓일 땅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서울시 등에 토지 취득업무를 위임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대부분 구간을 토지수용 등을 이유로 국가 소유로 등기했지만, 일부 구간은 매매를 이유로 시 소유로 등기했다.
서울시 측은 “보상금이 시 예산으로 지급됐고 국가에서 이를 지급하지도 않았다”며 소유권이 시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서울시가 국가에서 자금을 받아 토지 보상금이나 매수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십년간 국가가 이 땅을 점유·사용하는 데 서울시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까지 비춰 보면 국가가 이를 법적 근거 없이 무단 점유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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