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4일 “개인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 차이가 크게 나는 점을 공정위 차원에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금리가 5%에 육박하고 고금리 차주가 증가하자 금융위원회 대신 공정위가 ‘칼’을 빼 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신용등급 1등급과 4등급의 금리 차이는 세 배로, 약자일수록 매를 맞아야 하는 구조가 불공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업종별 감독기구가 있지만 금융사라고 해서 공정위 (조사) 대상이 아닌 것은 아니다”라며 “개인 신용평가 문제나 금리체계 관련해서는 공정위가 지난해부터 업종별 약관 불공정을 통해 살펴보고 있고 금융당국과 협의하고 있으며 지적 사항을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약관은 부동산 매매 계약처럼 1대1 계약이 아니라 계약 당사자가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리 마련한 문서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규제하고 있다. 금융사의 대출 약관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 부분의 불공정성도 살펴보겠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대출금리 인상에 경고 분석 속 … 제 2 CD 금리담합 재연 우려도”
공정위의 한 관계자도 “약관은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제시하고 소비자들이 교섭해서 수정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공정위 차원에서 나서겠다는 의미”라며 “금융상품 약관 등에서 불공정한 측면이 발견되면 공정위 차원에서도 살펴보겠다는 게 위원장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금리체계와 관련해 현재 공정위와 업무 협조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며 “보험사 등 금융회사 약관에서 불공정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앞으로 협조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경기침체로 서민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으로 취약차주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 정부 실세인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출금리 인상에 신중하도록 금융권에 ‘경고’를 날렸다는 것이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현 정권의 ‘실세’로 통하는 김 위원장이 금리체계 문제를 직접 언급한 만큼 제2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사건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정위는 이에 앞서 지난 2012년 국내 은행들의 CD 금리 담합 사건을 조사하다가 2016년에야 무혐의로 종결한 바 있다. 당시 공정위와 금융위는 이 사건을 두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CD 금리 사건도 결국 금융에 대한 공정위의 전문성 부족이 불러온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세종=강광우·서일범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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