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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 - 반대

비금융기업 대주주땐 사금고화 불 보듯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銀産)분리 규제를 주장해왔던 여당과 금융당국이 규제완화에 우호적인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찬반양론이 다시 맞서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특례법을 통해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34%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와 부실 방지를 위해 은행 소유지분을 10%(의결권 4%)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23일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경기도 판교 카카오뱅크 사옥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핀테크 분야 규제체계의 재설계 필요성을 언급했다. 27일 출범 1주년을 맞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은 국회 내 우호적인 분위기에 힘입어 규제 완화를 담은 특례법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규제 완화 찬성 측은 현행 은행법으로도 사금고화 우려를 해소시킬 수 있고 인터넷은행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원천차단하는 모순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비금융기업이 인터넷은행의 대주주가 되면 사금고화 폐해가 불가피하고 향후 일반은행에도 은산분리 원칙이 무너지는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산업자본’이라고 일컬어지는 비금융기업이 은행의 대주주가 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은산분리 원칙이다. 즉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인 셈이다. 자금의 수요자인 비금융기업이 은행의 대주주가 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금고화 문제 등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그런데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는 이러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제도는 금융에 정보기술을 접목한 ‘금융기술(핀테크)’의 대표적인 분야이므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해나가야 한다는 이유이다. 관련 은행법 개정안과 특례법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은산분리 원칙을 허무는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도 금융기술의 영역이 어느 정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은산분리를 완화해야 할 필연성은 없다고 본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동일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한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금 확충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이런 이유라면 더욱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해서는 안 된다. 은산분리 완화를 전제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인가를 해준 금융당국이 문제인 것이다. 너무 금융기술산업 성장정책의 실적에만 염두에 두고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은산분리 완화가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의 핵심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도 문제다. 해야 할 규제 완화와 완화해서는 안 될 규제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산분리 규제는 완화돼야 할 규제 대상이 아니다.





ICT 기업도 자금의 수요자라는 점에서 다른 비금융기업과 다를 바 없다. 대주주인 ICT 기업이 자금 부족의 위기에 처하게 되면 자연히 자기 은행의 금고에 손을 벌리게 된다. 은행의 부실에 따른 피해는 결국 우리 국민에게 돌아간다. 철저한 감독을 통해 이를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쉽지가 않다. 특히 현행처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수직적으로 나눠져 있는 비효율적인 금융감독 체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이미 사금고화 사례를 목격한 바 있다. ‘상호저축은행 파산 사태’나 ‘동양그룹 사태’가 대표적이다. 수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어야 은산분리 규제 완화 주장이 설득력이 있게 된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여신 관리 등 위험 관리 업무가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정교한 신용평가 기법의 개발 등 여신 관리 업무가 더 중요한 것이다. 아무리 획기적인 금융기술을 개발해 좋은 금융상품을 만들어내도 여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수익을 낼 수 없다. ICT 기업이 대주주가 돼야 할 필연성이 없는 이유다. 금융기관도 금융기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 일반은행이 하고 있는 모바일뱅킹을 볼 때 가능하다. 더 나아가서 대주주가 있게 되면 아무래도 은행 지배구조나 영업에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은행 경영 경험이 없는 대주주 출신이 은행장이나 임원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은행 경영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고객의 자금을 맡아 운용하고 공공성이 강조되는 은행에 비금융기업인 대주주가 있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그리고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원칙에 예외를 두게 되더라도 이는 향후 일반은행에 대해서도 은산분리 원칙이 무너지게 되는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있다. 신중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은 과점적 구조인 은행 산업에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비금융기업이 대주주가 되는 것은 폐해가 더 클 수 있다. 왜 금융 선진국인 미국이 은산분리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예외를 적용하지 않았다. 최근 인도네시아 금융 전문가를 만난 적이 있다. 은산분리 규제가 없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은행의 사금고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 그냥 흘려버릴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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