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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홍종학 장관 "대기업 자본력·중기 혁신기술 접목...'오픈 이노베이션' 나서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르노삼성 펀드 조성·삼성 사내벤처 육성...상생 늘어 고무적

기술 탈취·납품가 후려치기 등 잘못된 관행 임기내 근절 노력

중기·소상공인 '최저임금 부담' 해소책 빠른 시일내 내놓을 것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송은석기자




“한국은 세계 최고의 대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도 뛰어나죠. 대학과 연구기관에는 인재들이 넘쳐납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환경을 갖추고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년간 유니콘 기업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축구팀으로 보면 선수 개개인의 실력은 우수하지만 하나의 팀으로 유기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홍종학(59·사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9일 서울 종로구 율곡로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가진 중기부 출범 1주년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현재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위기에 맞닥뜨리게 된 것은 혁신성장을 위한 좋은 조건들을 잘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제라도 각 경제주체들이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다른 기업이나 대학·연구소 등 외부에서 조달하고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홍 장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기술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기업 중심의 폐쇄형 혁신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우리가 주춤하는 사이 미국·중국의 글로벌 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혁신기업을 인수하면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는 쇠락하는 한국 경제의 추세를 전환할 수 없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노동자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최근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펀드를 조성하거나 사내에 벤처프로그램을 육성하는 등 한발 앞서 개방형 혁신에 나서고 있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중기부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대기업의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이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성과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담=이규진 성장기업부장 sky@sedaily.com

홍 장관이 지난해 11월 취임 이후 줄곧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의 약한 고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는 “구글은 지난 1998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400~500개에 달하는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며 혁신을 거듭해왔다”며 “현재 세계시장을 제패하고 있는 안드로이드·알파고·유튜브 등의 서비스는 구글이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 제값을 주고 M&A해 성장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주로 계열사나 협력업체와만 소통하다 보니 구글처럼 적극적인 M&A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연구기관·학자들이 서로 소통·협력해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게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홍 장관은 최근 대기업들이 상생 협력에 나선 사례를 소개하며 오픈 이노베이션의 가능성을 봤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투 기업 가운데 르노삼성은 정부와 1대1로 매칭해 100억원의 연구개발(R&D) 펀드를 조성해 협력사들의 제품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며 “택시용 차량의 LPG 연료통이 트렁크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협력해 연료통을 타이어 형태로 바꾼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홍 장관은 “이외에도 현대차의 이노베이션 센터, 한화의 드림플러스, SK의 SK 서울캠퍼스, 삼성의 사내벤처 씨-랩 등 이미 많은 대기업들이 직접 창업자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처음 제안할 때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처럼 대기업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되짚었다. 그러면서 “사실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개념도 단어의 표현만 다를 뿐 최태원 SK 회장이 일찍이 경영 현장에 적용하고 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홍 장관은 “정부는 앞으로도 민간 주도로 대기업이 스타트업 투자, 사내벤처, 네트워크 R&D, 스마트공장 지원 등 혁신자원을 중소기업에 개방·공유하면 (여기에) 예산 지원과 인센티브를 확대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장관은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과 내수 부진 등으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고 몸을 낮췄다. 그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저성장·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민경제에 돈이 돌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속도가 맞지 않아 돈이 돌기 전에 부담부터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지원책을 강구하고 부족하다면 현장 의견을 들어 계속해서 보완해나갈 것”이라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홍 장관은 기술탈취와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잘못된 관행은 임기 내 계속 관심을 갖고 근절시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탈취 근절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개방형 혁신이 활성화되기 위한 기초”라며 “기술은 우수하지만 영세한 중소기업을 위해 변호사·변리사가 1대1로 기술보호 법률자문을 제공하는 법무지원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안에 피해기업의 입증책임 부담을 덜어주고 가해 기업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라며 “대·중소기업 간 비밀유지협약을 의무화하고 기술자료 거래 시 사용할 수 있는 표준계약서도 만들어 보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합리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에 대해서는 “올 하반기 상생법 개정을 통해 부당 원가정보 요구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점 부과를 통해 제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혁신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홍 장관은 정부 주도의 창업 공간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조성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의 중관춘에 가보면 건물들이 이어져 있어 쉽게 이동할 수 있다”며 “이에 비해 판교테크노밸리는 차도들이 건물들을 갈라놓은 경우가 많아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한데 앞으로 정부가 조성할 창업공간은 구글 캠퍼스처럼 놀이터와 공원 느낌의 ‘스타트업 파크’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홍 장관은 글로벌 오피스 공유업체인 ‘위워크’와 경쟁할 수 있는 창업공간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중기부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창업공간을 만들어 위워크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홍 장관은 최근 모태펀드를 마중물로 한 벤처투자액은 늘었지만 이들 자금이 벤처캐피털의 금고에 머물러 실제 돈이 돌지 않는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벤처투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해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그는 “벤처투자펀드는 보통 3~4년의 투자기간과 8~10년의 존속기간으로 결성된다”며 “투자기간 동안 운용사가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발굴·선별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펀드의 투자분야·운용전략 등에 따라 단기간에 투자가 집행되지 않을 수도 있는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추경으로 결성된 1조9,000억원 규모의 펀드의 경우 일반적인 벤처투자펀드보다 빠르게 집행되고 있다”며 “올해 6월 말 기준 213개 기업에 약 3,500억원이 투자돼 펀드 결성액의 18% 이상을 집행했고 이는 통상 벤처투자펀드의 6개월간 평균 투자 집행률 12.5%를 웃도는 수치”라고 설파했다.

홍 장관은 민간 주도로 성장하는 활력 넘치는 벤처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모태펀드는 조력자 역할만 해야 한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가 주도해 벤처캐피털 시장을 이끌다 보니 모태펀드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앞으로는 민간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모태펀드는 40% 미만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그는 “큰 틀에서 모태펀드의 비중을 줄여나가지만 시장이 성숙되지 않은 지역 벤처캐피털과 여성기업인 지원 펀드, 소셜벤처 펀드와 같은 분야는 수익성이 낮아 민간의 자금이 흐르지 않는다”며 “모태펀드는 이런 분야에 출자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향후 운영 계획을 제시했다. /정민정·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사진 송은석 기자

■He is...

△1959년 인천 △1977 제물포고 △1983년 연세대 경제학과 △1991년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경제학 박사 △200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연구소 소장 △2012년 가천대 교수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디지털소통본부장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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