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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人] 옥탑방부터 여의도까지…박원순의 '대권 용틀임'이 시작됐다

2011년 9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안철수와 단일화하고 서울시장에 도전한다.




‘옥탑방 살이’ 집토끼 지키고

“강북 문제점 직접 살며 고칠것”

한달간 옥탑방서 서민의견 경청

‘제로페이’ 추진 지지 기반 챙겨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둔 지난해 1월. 박원순 서울시장은 허무할 정도로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박 시장은 지방선거 직후 언론과 만나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가깝기야 서울시장 공관과 청와대가 가깝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집이 가깝다고 그게 가까운 게 아니죠. 딱 보니까 이번(지난 대선) 판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군다나 준비가 정말 안 돼 있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민운동가에서 서울시장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지 벌써 7년. 사실 안철수 전 의원과의 단일화를 통해 극적으로 서울시장에 오르기 전까지만 해도 ‘정치인 박원순’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시민운동가 박원순’의 대중적인 지지도는 국회의원 당선도 장담하기 힘들었다. 그런 박 시장은 이제 두 번의 서울시장을 거쳐 자타가 공인하는 여권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가 됐다.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달 28일 공개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은 16.0%로 여권 후보들 가운데 맨 앞에 섰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고작 4%의 지지율로 힘 한번 써보지 못했던 것과는 판이한 상황이다.

2년 반 전의 상황과 지금의 판도. 박 시장의 최근 모습을 보면 그 속에서 그가 생각하는 정치판에 대한 전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여권에서는 박 시장 본인은 인정하지 않지만 사실상 차기 대권을 향한 행보에 나섰다고 보는 게 맞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삼양동 옥탑방 살이’로 상징되는 집토끼 잡기(기존 지지층 지키기)와 여의도 통개발로 대변되는 산토끼 잡기(우파 지지층 확보)의 양동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얘기다.

2011년 11월 서울시장에 첫 당선됐다. 이후 3선까지 내리 성공한다.


‘여의도 통개발’ 산토끼 잡고

대표적 보수지역인 여의도·용산

대규모 도시개발 계획 내놓으며



‘투사’서 ‘조정자’로 이미지 쇄신

◇‘집토끼’는 지키고 ‘산토끼’ 잡고=
지난 10일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을 위해 찾은 싱가포르에서 가진 동행 기자단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박 시장은 자신의 색깔과는 전혀 다른, 심지어 지지층의 반발까지도 우려되는 발언을 꺼냈다. 여의도와 용산을 ‘신도시급’으로 재개발하겠다는 그의 선언은 복지·환경에 집중했다는 그의 기존 모습과 대별됐고 주변에서는 박 시장이 보수층을 노린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리고 지난 22일부터는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 살이’를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뒤처진 강북에 직접 살면서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책을 내놓겠다는 것이지만 서민을 향한 그의 마음은 잊혀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다분히 묻어났다. 박 시장은 이어 25일에는 관계 장관들, 기업 대표들을 모아놓고 자영업자들의 결제 수수료를 0%로 만들겠다는 ‘제로페이’를 내놓았다. 이는 자신의 지지 기반인 서민의 생활과 진보 이슈에 여전히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2017년 1월 19대 대선 후보 중도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문제는 보수층으로의 확장성이다. 지난 선거에서 강남3구 가운데 서초구를 제외한 강남·송파구에서 승리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다만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가 10일 대규모 도시개발 계획을 내놓은 것은 그런 이유다. ‘부자동네’인 여의도와 용산은 강남과 함께 대표적인 보수 지역이다. 자신은 결코 반개발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은 웅변한다는 것이다.

다행인 점은 과거 정당이 다른 지자체장이었던 인천시와 경기도가 같은 당으로 바뀐 것이다. 박 시장은 수도권의 두 지자체장과 함께 환경부·국토교통부와 회동하며 미세먼지 저감 및 도시개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박 시장이 투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조정자로서의 역할에서 빛을 발하는 모습이다.

2017년 4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광화문광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의 결속은 강화=다음 대선에서 친문(친문재인)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에서 최근의 움직임은 고무적이다. 당장 눈에 띄는 것이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인 진성준 전 의원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여권에서도 내로라하는 정책통인 진 부시장의 영입과 박 시장의 옥탑방에 보낸 문재인 대통령의 선풍기, 이 두 상황이 시사하는 부분은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예사롭지 않다고 정가에서는 촌평한다.

문제는 집토끼인 서민과 진보층을 붙들고 있으면서도 보수층의 동의를 이루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여의도 통개발’을 선언하자 여의도와 용산의 인근 부동산 값이 급등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경고장을 날리는 등 중앙정부도 견제하고 있다. 개발 호재에 부동산 시장이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월세 인상에 힘들어하는 서민들에게 집값 1억~2억원 상승은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자영업자를 위해 제로페이를 강행한다고 하지만 결국 시민의 세금 부담만 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진보층은 지키고 보수층으로 확장해야 하는 박 시장의 딜레마인 셈이다.
/최수문·김정욱기자 chsm@sedaily.com

지난 2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과 함께 “삼양동 옥탑방에 선풍기가 들어왔다. 문 대통령께서 무더위에 수고한다고 보내셨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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