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정비센터를 방문한 여성 고객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정비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 이용촬영) 혐의로 5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기아모터스 오토큐 수유점에서 일하는 정비사인 A씨는 지난달 5일 오후 자동차키 배터리를 교체하러 방문한 B씨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B씨의 뒤에서 쭈그리고 앉아 치마 속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자신의 앞에 있는 철제 캐비닛에 빛이 반사되는 것을 보고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배터리를 교체하던 직원이 자꾸 실수를 하면서 주의를 산만하게 했고, 2m 거리에 있던 다른 남성 직원 2명도 눈치가 이상했다”면서 A씨 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 역시 범죄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공범은 없다고 진술한 상태”라면서 “휴대전화 등 증거를 분석해 공범이 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휴대전화에서는 다른 여성들의 사진도 발견됐다. 이에 경찰은 휴대전화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디지털포렌식을 의뢰했고 분석 결과를 토대로 여죄를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피의자 본인이 혐의를 인정하는 점, 주거지가 확실한 점 등”을 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불꽃페미액션은 이 사건과 관련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가해자는 여전히 범행 장소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고객들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실정”이라면서 “본사는 고객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이번 사건의 엄중함을 인지해 해당 지점과 가해자를 징계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불법촬영 재발방지 교육을 의무화하라”고 촉구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측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본사 규정에 따라 징계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오토큐의 지점들은 독립된 사업체여서 본사 차원에서 오토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이번 사건에 관한 공문을 내려보내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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