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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로 끝난 대입개편 공론화]시민참여단 결론도출·갈등해소 못해... 실패한 '김영란式 공론화'

490명이 4개월간 논의 불구 단일안은 못내놔

'수능 절대평가' 의견 많았지만 당장 적용 힘들듯

"일부 과목은 절대평가 전환 가능성 남아" 해석도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가 ‘용두사미’로 끝났다. ‘작은 대한민국’이라던 490명의 시민참여단은 단일안 도출에 실패하고 사실상 현행 대입제도 유지 차원의 결론을 냈다. 2022학년도 수능은 지금과 같은 형태에서 정시만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란 공론화위원장은 공론화 결과를 두고 “시민들의 정확한 판단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이번 공론화 과정은 대입제도 해법 도출과 사회적 갈등 해소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은 다시 교육부로 넘겨졌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회적 문제를 ‘인기투표’식으로 떠넘긴다는 공론화 과정의 근본적 문제 제기가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3 수능, ‘현행+수능 소폭 확대’ 전망=이번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그대로 해석하면 2022학년도 수능에서의 급격한 제도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어와 한국사를 제외한 수능의 상대평가는 그대로 유지되고 정시의 비중이 다소 올라가겠지만 학생부 위주 수시전형의 강세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에 발표된 공론화 결과는 지난 4월16일 공론화 추진 방안을 발표한 후 성별·나이·지역 등 인구구조에 따라 선발한 490명의 시민참여단이 숙의·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입제도 개편 시나리오 4개를 평가한 결과다. 시민참여단은 4개의 공론화 시나리오 중 ‘정시 45% 이상’을 담은 1안(52.5% 지지)과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담은 2안(48.1% 지지)에 가장 많은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두 안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서 공론화위는 “절대다수가 지지하는 안은 없다”고 판단했다.

시민참여단은 특정 시나리오를 단일안으로 선택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제도 개별의 우세한 의견을 밝히는 방식으로 대입제도 개편의 방향을 드러냈다. 핵심쟁점이었던 선발 방법과 관련해 수능 위주 전형인 정시 확대 의견이 우세했다. 현행 수준인 20%보다 적어야 한다는 의견은 9.1%에 그친 반면 ‘20% 이상이 적정하다’는 의견은 82.7%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현재 공개된 정시 비율은 2019학년도 대입 20.7%, 2020학년도 19.9% 수준이다. 다만 정시가 전체의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0.1%에 그치면서 수시의 우세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2022학년도 정시 비율이 10%포인트가량 늘어 30%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민참여단은 수시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적용에 대해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깜깜이전형’ ‘금수저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은 “확대하자”는 의견과 “축소하자”는 의견이 비슷했다. 학종의 현행 비율이 37% 안팎인데 30% 미만 의견이 36.0%였고 40% 이상 의견이 35.0%였다. 다만 정시 확대의 영향으로 소폭 감소에 힘이 실린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시가 늘어나는 대신 논술과 특기자전형은 축소하고 학종도 현행을 유지하거나 다소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절대평가 확대’는 2022학년도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도 보완을 거쳐 이후 수능부터 확대 적용할 여지는 남겨뒀다. 시민참여단의 53.7%는 절대평가 과목을 확대하거나 전 과목 절대평가를 지지했다. 공론화위는 변별력 저하 등 문제점이 남은 만큼 “교육 전문가들과 정책 당국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절대평가 확대를 당장 적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확대를 추진할 명분을 확보한 만큼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가 일부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색 없는 ‘절충안’ 남긴 공론화…회의론 커질 듯=이번 공론화 과정을 주도한 김영란 위원장은 공론화 결과를 두고 “시민들의 정확한 판단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수사와 달리 시민들에게 맡긴 실제 결과는 이렇다 할 특색이 없는 ‘절충안’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론화 결과가 단일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다시 국가교육회의와 교육부로 떠넘겼다는 점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전문성을 배제한 상태에서 여론조사식으로 이뤄지는 공론화 과정 자체에 대한 회의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공론화 결과에서는 ‘수능 정시 확대, 상대평가 유지’를 담은 1안과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담은 2안이 통계적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하게 맞섰다. 목표했던 단일안 도출에 실패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결과를 ‘사실상 공론화 실패’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바람직한 결론 도출에 실패했고 입시제도에 대한 사회적 갈등의 크기를 확인하는 정도의 의의만 있었다.

이번 공론화 결과는 양쪽 진영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에서 한쪽 의견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사회적 갈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초 정책 결정의 책임을 진 교육부는 ‘국민에게 공을 떠넘겼다’는 비판을 들었는데 정작 성과도 없이 공을 돌려받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 교육공약에 대한 책임 논란도 더욱 거세지게 됐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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