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작가 류오동의 관절인형은 그냥 인형이 아니라 ‘두루비’라 불린다. ‘두루두루 비추는 것’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인형가게 ‘두루비 갤러리엄’은 뮤지움을 뜻하는 어미 엄(um)을 붙여 ‘인형박물관’을 대신한다. 인형이 새 주인을 만나게 되는 전시장을 ‘감투할미’라 부르는 까닭은 골무를 가리키는 ‘감투’가 인형세계의 ‘삼신할미’라서다.
지난 6월 ‘마담 리우의 인형이야기’(두루비북스 펴냄) 시리즈 2권을 출간한 작가 류오동이 오는 13일까지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인사아트에서 ‘류오동 인형조형전’을 연다. 책에서 선보인 인형들을 비롯해 인형의상, 가구, 드로잉 등을 두루 선보인다. 인형을 제작하다가 캐릭터를 만들게 됐고 거기에 스토리텔링을 입힌 것이 출판에까지 이르렀다. 이 모든 과정을 작가가 ‘혼자’ 진행했다. “인형의 이야기는 곧 사람 이야기라 생각해요. 지구상의 다양한 인종이 각기 문화를 이루듯 인형 세계에서도 다양한 피부색과 다른 재료의 인형들이 서로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죠.”
책 제목의 ‘마담 리우’는 작가의 성 ‘류’에서 따온 것이라 인형이야기가 곧 작가 자신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를 확장하면 인형이 인간과 맞닿는다. 작가는 자신이 만든 인형들이 등장인물로 이야기를 이끄는 ‘인형소설’을 두고 “조선 후기 ‘규중칠우쟁론기’와 ‘조침문’의 맥을 잇는 현대판 규방문학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바느질 도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들 작품의 ‘의인화’ 기법이나 인간이 미처 알지 못한 사물들의 세계와 그 안에 깃든 삶의 질서 등이 류오동의 책 내용과도 닮았다. 작가의 헝겊인형이 바느질을 기반으로 한 까닭인지 ‘규중칠우쟁론기’의 표현이 그의 인형소설에도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작가는 “인형들을 통해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아날로그적 감성을 경험하고 어릴 적 동심을 만나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류오동 작가의 본업은 국립경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중학교 영어교사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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