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0일 열리는 일본 자민당 총재선거가 3연임으로 장기집권을 노리는 아베 신조 총리와 ‘포스트 아베’의 선두에 서기 위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의 2파전으로 굳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는 당 총재선거 승리자가 총리를 맡게 되는데 지난 2015년 총재선거는 아베가 단독 출마해 무투표로 당선된 만큼 6년 만에 경선이 치러지는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12일 야마구치현 나가토시에 있는 부친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의 묘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에게 “6년 전 도전했을 때의 뜻은 현재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하며 총재선거 출마 의향을 밝혔다. 그는 야당이던 2012년 총재선거에서 이겼고 이어진 총선에서도 승리, 같은 해 12월 총리에 취임했다. 2015년 9월에는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됐다.
그는 자신이 1993년 중의원선거에 처음 당선됐던 일을 거론하며 “나의 첫 출전은 이 묘소 앞에서 아버지에 대한 승리의 맹세에서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이달 하순 공식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아베 총리는 개헌을 완수하기 위해 총재 경선에 나서겠다는 다짐을 강조했다. 그는 전날 자민당의 지역조직 모임에서 “자위대의 존재가 헌법 위반이라고 적힌 교과서로 우리 아이들이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주장을 다시 폈다.
앞서 이시바 전 간사장도 10일 기자회견에서 “정직하고 공정하며 겸허하면서도 공손한 정치를 하겠다”며 총재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선거 승리 시) 100일 동안 정치와 행정의 신뢰회복을 이뤄내겠다”며 아베 정권의 원전 병행 정책과 관련해서는 “안전과 안심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원전의 비율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총재선거전이 두 후보의 1대1 대결이 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아베 총리가 당내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의 지지를 기반으로 80%에 육박하는 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돼 그의 독주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도 높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총재선거에서 당원 표 300표 중 87표(이시바 전 간사장 165표)를 얻는 데 그쳤다가 국회의원만으로 실시된 결선투표에서 역전한 바 있어 최근 당원 및 주민과의 접촉을 늘리는 추세다. 반대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총리보다 당원 표를 더 많이 받았던 당시 상황이 재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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