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원래 예상했던 오는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앞당겨진다는 재정계산이 알려진 지난 10일 이후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민의 노후대비 자금 중 가장 큰 원천인 만큼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이에 따른 후폭풍은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여론의 동향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주무장관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요일인 12일 오전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도 다음 날 청와대 회의를 주재하며 “국민연금 개편은 노후소득 보장 확대라는 기본원칙 속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국민연금 정책자문단은 17일 공청회를 열어 재정계산을 공개하고 내년부터 보험료율 인상 등을 제안했다. 보험료를 내년에 즉시 대폭 올리거나 아니면 단계적으로 10년 동안 올리는 방안이 있었고 애초 예시된 연금 수급연령을 65세에서 68세로 늦추는 것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다만 수급연령 연장은 복지부 장관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못 박은 만큼 채택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와 함께 수급연령과 일치시키기 위해 의무납입 연령을 첫 수급연령(2033년 65세 기준)에 맞춰 현행 60세에서 65세로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결국 일부 수정이 있었지만 ‘더 내고 덜 받거나 늦게 받는’ 국민연금 개편의 큰 골격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개편안 정부안 확정(9월 말), 국회 제출(10월)과 국회 심의 등 앞으로 고비 고비마다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개편 논란을 바라보면서 새삼 분명해진 것은 ‘돈(경제)의 문제’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점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연금재원은 2057년보다 더 앞당겨져 고갈될 수도 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 지목된 연금재원 고갈의 원인인 저출산·고령화·저성장 중 어느 것 하나도 호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문제는 차치하고 성장률도 현 추세대로라면 반전은커녕 오히려 연금재원 고갈을 가속화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성장보다 분배에 중점을 두는 소득주도 성장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데다 연금 재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국민연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험이다. 보험은 미래에 닥칠 위험에 대비해 현재 소득의 일부를 갹출해 재원을 만들고 이 예산의 제약 범위에서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지 않으면 파산이라는 것은 자명한 경제원리다. 특히 국민의 노후 같은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노후소득 ‘보장 확대’보다는 ‘보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국가 재정에서 적자를 보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모인 재원에서 보장해주는 것이 옳은 길이다. 가뜩이나 한 해 1조~3조원씩 보전해주는 3대 직역연금식 해법은 국민의 불안을 잠재운다는 명분만 있을 뿐 실질도 없으며 당장의 비난 여론을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어떤 형태의 국민연금 개편도 결국 국민의 불만을 원천적으로 잠재울 수 없다. 국민이 보험료와 노후소득 감소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어떤 해법도 현실 공간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일방적 개편’이 되지 않게 하는 길은 국민 설득과 고통과 비용 분담밖에 없다. 결국 이대로 가다가는 현재의 청년들과 청소년 등 미래세대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고 우리 사회도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불편한 진실’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고통 분담에는 지난 보수정권 당시 야당의 반대로 실패했던 공무원·사학·군인 등 3대 직역연금 개혁도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jh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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