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12시께 제주도 인근 해상에 상륙한 제19호 태풍 ‘솔릭’의 이동속도가 시속 4km까지 떨어졌다. 예상보다 한반도에 더 오래 머물고 상륙시간도 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이 이날 오후 1시 기준 발표한 태풍 예상이동경로를 보면 솔릭의 이동속도는 이날 오전까지 시속 15km~16km를 유지하다가 제주도 인근 해상에 상륙한 오후 12시께부터 시속 4km대로 급격히 느려졌다. 성인 남성의 걸음걸이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다. 진로 방향도 남동쪽으로 좀 더 치우친 모양새다. 다만 강도는 초속 최대풍속 35m에 중심기압 970헥토파스칼의 ‘강한 중형급’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이 북상하면 편서풍 등 한반도 고유의 지형류를 만나 변화를 겪을 수 있다”며 “태풍이 멀리 전진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무르며 속도가 급격히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솔릭을 뒤따라 올라온 제20호 태풍 ‘시마론’ 영향도 있다. 애초 솔릭은 서북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시마론의 등장으로 고압부가 약화돼 동쪽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세지자 양쪽 힘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어 속도가 느려졌다는 분석이다.
태풍이 한반도에 오래 머물면 그만큼 피해도 크다. 지난 2010년 17명 인명피해를 낸 태풍 ‘곤파스’는 솔릭과 비슷한 강도였으나 한반도 육지에 머무르는 시간이 4시간 15분에 그쳤다. 반면 솔릭은 약 11시간 가량 육지에 머물 것으로 예상돼 곤파스보다 태풍 영향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솔릭은 이날 오후 6시 목포 북서쪽을 지나 24일 오전 6시 전북 군산·서천·부여 등이 모인 전북 서해안 지방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후 약 6시간 동안 동쪽으로 전진해 청주 북동쪽을 거친 뒤 오후 6시께 강릉에 도착해 이튿날인 25일 자정 강릉을 빠져나갈 예정이다. 서울은 태풍의 중심 이동경로에서 비껴갔지만 태풍이 중부지방을 지나기 때문에 강한 비·바람 대비가 요구된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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