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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 "동북아 패권 '발톱'드러낸 中...韓, 외교적 정체성 명확히 해야"

<10·끝> 中굴기, 한국이 갈 길은

中 공산당 지도부·국민들 중화주의 사상 뿌리 깊어

美 융단폭격에도 30년앞 내다보며 패권 경쟁 지속

中 굴기, 美·中 사이 선택 강요...'新조공주의' 우려

韓 '민주주의·역동성' 내세워 중국과 차이점 부각을

이희옥(오른쪽부터)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이 서울 종로구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중국의 외교·경제적 동향과 한국의 대응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호재기자




굴기하는 중국의 위세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무차별적 관세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중국도 동일한 관세 보복으로 응수하고 있지만 경제력과 외교력에서 압도적 우위에 놓인 미국에 수세인 것이 현실이다. 무역전쟁의 유탄으로 중국 경기마저 꺾이려 하자 중국 내부에서는 너무 일찍 발톱을 드러낸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실정이다.

다만 중국이 지난 1985년 당시 일본이 플라자합의로 미국에 무릎을 꿇고 패권에 대한 마음을 접은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중국 제일주의’는 연성 사회주의와 중국을 세상의 중심에 두는 ‘중화’의 역사가 뿌리 깊은 중국인들의 욕구이기도 하다. 이를 기반으로 중국의 공산당 지배체제는 오히려 더 공고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융단 폭격을 버티며 기나긴 패권 전쟁의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패권이 더욱 팽창하면서 결국 중국이 주변국을 아래에 두는 ‘21세기식 조공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이 중국과의 수직적 관계를 피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역동성이 장점인 우리의 정체성을 과감히 드러내 중국에 각인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지난해 10월 양회에서 중국이 오는 2049년 미국을 제치고 최강대국이 되겠다고 선언을 했는데요.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지난해 중국이 최강대국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중국 제일주의’가 급격히 퍼졌습니다. 다른 나라 공항에서 대우가 부당하다 싶으면 중국 여행객들이 오성홍기를 들고 국가를 부른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질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을 앞세워 본격적인 ‘중국 길들이기’에 나서면서 중국 내부적으로 자성론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중국 제일주의를 외치며 최강대국을 선언한 것을 ‘지식 의화단 사건’이라고도 합니다. 중국이 도광양회에서 벗어나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세게 나오자 동요하는 것입니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연구소장=중국은 국가가 총력전을 벌이며 미국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역량이 미국보다 부족하다는 것을 중국 스스로도 알고 있습니다. 산업부터 외교적·군사적 능력은 물론이고 금융시장의 역량도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내부적으로 계속 최강대국이 되기 위한 담론을 계속 만들어갑니다. 중국이 중심이 되는 ‘중화주의’ 사상이 뿌리 깊은 중국 국민들은 새로운 강국의 담론을 받아들이고요.

△사회=중국이 부강해질수록 자유에 대한 열망이 커지며 공산당 지배체제가 불안해진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 소장=그것은 기존 서구의 프레임에 따라 중국을 보는 것입니다. 중국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합니다. 중국은 계속해서 나아갈 것입니다. 중국인들은 문화대혁명과 톈안먼사태를 겪으면서 혼란에 대한 공포를 갖고 있어요. 이런 국민성은 중국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저는 중국을 안정적인 불안상태라고 간주합니다. 흔들리지만 안정적이라는 얘기입니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민주주의 욕구가 분출한다는 논리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돼야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적 체계가 양립하는 ‘차이니스 모델’은 확고합니다. 심지어 중국은 이 모델을 북한에 수출하려 합니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실제로 중국에서 생활했거나 중국을 연구한 사람들은 중국을 매우 안정적으로 봅니다. 많은 나라들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는 시점에 정치적 문제로 실패하면서 중국이 중간 단계에서 낙오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제가 중국에 나가 있던 2007년 당시 중국에서는 이미 민주주의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베이징대 석학들은 “중국도 민주주의 선거제도로 가야 한다”며 선거를 통해 국가지도자를 뽑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결국 권위주의를 택했고 세계 최강대국이 되기 위해 시진핑의 장기집권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입니다.

△사회=미국의 맹공에도 중국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엄 실장=중국이 최강대국으로 도약할지 여부는 앞으로 어떻게 정치체계를 갖고 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중국이 민중의 자유와 욕구를 억압하는 경성 사회주의로 가면 미래는 불투명해지겠지만 제한된 억압으로 정치·사상을 인정해주는 연성 사회주의로 가면 미래는 매우 밝다고 봅니다. 실제로 중국은 자신들만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모바일 세계를 만들고 검열을 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상당히 보장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서 사회와 정치적 불만들이 들불처럼 퍼지기도 합니다. 미래에 대한 중국의 치열한 논의는 매우 길게 보고 전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회=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상태인데요, 앞으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 부장=미국이 중국의 굴기를 막아서면서 우리의 운신의 폭도 커진 것이 사실입니다. 중국이 막상 미국과 맞서려고 하니 한국 등 주변국은 물론 유럽연합(EU) 등 세계 많은 나라들이 중국과 노골적으로 손을 잡기를 거절하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은 이를 통해 세계 최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국을 적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협력을 통한 경제적 이득을 챙기면서 주변과의 적대적 관계를 피하려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중국의 변화를 잘 이용해야 합니다. 다만 중국은 미국과의 대결에서 자신이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 우리에게 중국이냐, 미국이냐의 선택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 소장= 중국이 동북아에서 패권을 넓히기 시작하면 과거와 같은 조공문화가 재연될 수 있습니다. 주변 약소국을 중국의 질서에 편입해 상대국으로부터 조공을 받아온 것이 중국의 역사입니다. 조공은 곧 힘의 논리이자 조폭 논리입니다. 조 부장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선택을 강요하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여기에 휩쓸리지 않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중국이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노르웨이의 연어 수입을 금지했을 때 노르웨이는 당당히 버텼고, 그 결과 중국은 노르웨이를 ‘쉽지 않은 나라’로 인식하게 됐죠. 한국은 중국에 명확한 외교적 정체성을 보여주고 절대로 밀리지 않는다는 중심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중국이 커질수록 한국이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민주주의와 역동성은 중국이 갖지 못한 것인데요, 중국과 우리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구경우·서민준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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