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에서 땄으니까 올림픽 금메달도 따서 꼭 목에 걸어드리고 싶어요.”
깜찍한 미소로 인터뷰를 이어가던 ‘여홍철 딸’ 여서정(16·경기체고). 그는 자신을 눈물로 응원한 아버지 얘기가 나오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현역 시절 아버지가 따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을 약속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이제 막 3분의1 지점에 왔지만 한국 선수단에서 여서정 이상 최고의 깜짝 스타는 아마 나오기 힘들 것 같다. 2002년생인 여서정은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전시장에서 열린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1·2차 시기 평균 14.387점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올림픽에 7회 참가한 43세 ‘전설’ 옥사나 추소비티나(우즈베키스탄)를 0.1점 차로 따돌렸다. 시니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16세가 되자마자 나선 첫 국제 종합대회에서 ‘대형 사고’를 친 것이다. 한국 여자 기계체조가 아시안게임 개인 종목에서 우승한 것은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32년 만이다.
여서정의 부친은 1996애틀랜타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이자 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도마에서 금메달을 딴 ‘원조 도마의 달인’ 여홍철(47)이다. 아빠와 딸이 같은 종목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는 ‘부전여전’의 진기록을 세운 것이다. 경희대 교수를 맡고 있는 여홍철은 KBS 해설위원으로 딸의 경기를 생중계하던 중 감격의 눈물을 쏟기도 했다. 여홍철은 “장하다 장해, 사랑합니다, 자랑스럽습니다”라며 환호했고 여서정은 “아빠가 메달 상관없이 하던 것 다 보여주고 내려오라고 하셨다. 다 하고 내려온 것 같다”고 했다. 1차 시기에 난도 5.80의 540도 비틀기를 선보인 여서정은 2차 시기에 난도 5.40의 기술도 실수 없이 해냈다.
여서정에 앞서 남자 마루운동의 김한솔(23·서울시청)도 금메달을 땄다. 4년 전 인천 대회에서 ‘노골드’에 그쳤던 한국 체조에는 그야말로 최고의 날이었다. 김한솔은 결선에서 14.675점을 얻어 대만·중국 선수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김한솔 역시 첫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한솔은 24일 도마 결선에서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북한의 리세광과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한국 태권도의 간판 이대훈은 남자 68㎏급 결승에서 아미르모함마드 바흐시칼호리(이란)에게 12대10으로 역전승을 거둬 대회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아시안게임 태권도 사상 3회 연속 금메달은 이대훈이 최초다. 2010년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된 뒤 9년째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이대훈은 꾸준함의 비결에 대해 “하루하루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주변에서 많은 분이 조언해주시고 기술 등 많은 것을 가르쳐주셔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는 “운동하면서 1등도 하고 지기도 하겠지만 신경 쓰지 않고 단점을 보완해나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은 여자부 개인전에 출전한 장혜진과 강채영이 각각 8강과 4강에서 탈락해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으로 여자 개인전 결승 진출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충격을 겪었다. 하지만 이어 열린 남자부에서 김우진과 이우석이 결승에 올라 금·은메달을 확보하면서 아쉬움을 다소 덜었다. 둘은 오는 28일 금메달을 다툰다.
한국 사격은 남자 더블트랩의 신현우가 우승하면서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신고했고 술래잡기와 비슷한 방식의 카바디에서는 남자 대표팀이 파키스탄을 넘고 결승에 진출해 은메달을 확보했다. 여자 배구는 최강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0대3으로 완패했다. 김연경이 15점으로 분전했으나 중국 간판 주팅(18점)에게 당했다. 한국은 2승 뒤 첫 패를 당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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