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선원은 국가 경제의 한 축이다. 해외 취업 선원들이 63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 적이 있고 원양선원들이 20억달러를 벌어 국가 경제에 이바지했다. 규모는 줄었지만 지금도 선원은 해운업의 근간으로 국가 경제의 숨은 공로자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선원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가장 큰 이유는 노후보장이 안 된다는 점이다. 1년 전후의 단기고용이 일반화해 부작용만 양산한다. 젊은이들이 선원을 기피하다 보니 50대 이상이 60%에 달할 만큼 노령화한 것도 문제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내국인 일자리를 외국인이 잠식한 것이다. 지난 2015년 말 통계로 국적 외항선의 한국 선원은 9,308명, 외국 선원은 1만2,136명이다. 모든 선박을 통틀어 한국 선원은 3만7,000명, 외국 선원은 2만5,000명이다. 이 추세로 가면 머지않아 외국 선원이 한국 선원을 추월할 것이다. 이것은 두 가지 문제를 내포한다. 내국인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 하나고 전쟁 등 유사시에 선박을 동원할 경우 누가 선박을 운항할 것인가 하는 것이 둘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연간 54조원을 쏟아부어도 7월 일자리 증가가 5,000개에 불과한 현실에서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는 2만5,000개의 일자리는 참으로 크다. 이 일자리를 내국인으로 채울 수는 없는가. 선원을 장기안정적인 일자리로 만들면 된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선원퇴직연금제도 도입이다. 이 제도는 노후 보장을 통해 선원 기피 현상을 없애고 선원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육상 근로자들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라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는 데 반해 선원법의 적용을 받는 선원들은 아무런 보장도 없다. 법적·정책적으로 중대한 사각지대가 발생한 것이다.
선원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선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지 오는 9월이면 2년이 된다.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재정당국의 반대 때문이다. 퇴직연금 가입 선원에 대해 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는데 장려금 재원 마련을 위한 정부의 기금 출연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이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과학기술인의 생활 안정과 과학기술 진작을 위해 과학기술인공제회법에 따라 정부가 과학기술인공제회에 2004년 200억원을 출연한 후 총 2,000억여원을 장려금으로 지급한 사례가 있다. 선원퇴직연금 도입의 첫 단계인 외항 상선의 경우 과학기술인공제회의 예에 따라 퇴직적립금의 1%인 274억원을 정부장려금으로 지원하면 제도가 안착할 수 있다.
일자리 차원에서라도 지원해야 한다. 조 단위의 예산이 아닌 몇백억 원의 돈으로 선원 기피 요인도 해소하고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는 길이다. 바다에서 일자리를 찾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