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핫식스’ ‘믿고 보는 선수’….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석권하며 애칭을 주렁주렁 달고 다녔던 이정은(22·대방건설)은 올 들어 자신과 팬들의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 12개 대회에 출전한 그는 준우승 2차례, 3위 2차례 등의 꾸준한 경기력에도 우승이 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상 문턱에서 번번이 멈춰 섰던 이정은이 첫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갈증과 마음고생을 씻어냈다. 이정은은 2일 강원 춘천의 제이드팰리스GC(파72·6,757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한화 클래식(총상금 14억원)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타를 줄여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배선우(24·삼천리·9언더파)를 4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에 입맞췄다.
지난해 9월 OK저축은행 박세리인비테이셔널 제패 이후 1년 만에 거둔 통산 5번째 우승. 상금왕 경쟁에서 밀린 듯했던 이정은은 이로써 반전에 성공했다. 상금랭킹 9위에 머물렀던 그는 국내 남녀 골프대회를 통틀어 가장 많은 우승상금인 3억5,000만원을 가져가며 한동안 멀어졌던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을 향해 돌려놨다. 시즌상금 6억7,625만원을 쌓은 이정은은 3위로 솟아올라 ‘상금퀸’ 타이틀 방어에 시동을 걸었다. 상금 1위 오지현(22·KB금융그룹·7억5,135만원)과 약 7,500만원 차이, 이번 대회 3라운드를 마치고 몸살과 발 근육 통증으로 기권한 2위 최혜진(19·롯데·6억7,917만원)과는 292만원 차이에 불과하다. 오지현과 최혜진의 양강 구도로 흐르던 상금왕 레이스는 이정은을 포함한 3강 대결로 더욱 불꽃을 튀기게 됐다.
이날 이정은은 지난해 신인왕 경쟁을 펼쳤던 선두 이소영(21·롯데)에 1타 뒤진 2위로 출발했다. 시즌 3승 고지 선착을 노린 이소영과 화끈한 우승 다툼이 예상됐지만 승부의 추는 초반부터 이정은 쪽으로 기울었다. 이정은이 2번(파4)과 4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반면 이소영은 1번홀(파) 버디 이후 뒷걸음을 했다. 이소영은 2번홀 보기에 이어 4, 5번과 8번홀에서도 잇달아 1타씩을 잃으면서 선두권에서 밀려났다. 이정은은 후반 10번과 11번홀(이상 파4) 연속 버디로 한때 6타 차 리드의 여유를 누렸다. 13번홀(파3)에서 그린을 놓쳐 첫 보기를 기록한 그는 17번홀(파4)에서 두 번째 보기를 적어냈으나 마지막 홀(파5) 버디로 팬 서비스까지 펼친 뒤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이정은은 경기 후 “부담감도 크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남은 대회가 많다고 스스로 위로해왔는데 큰 대회에서 우승해 영광스럽다”면서 “기다려준 팬들과 새 후원사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대회 2연패를 노린 오지현은 5타를 줄여 3위(8언더파)를 차지했고 이소영은 이승현(27·NH투자증권)과 나란히 공동 4위(7언더파)에 자리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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