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책 엇박자가 적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당정청 간 협력 강화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방향이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추진해야 할 첫 번째 국정과제로 적폐청산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정의로운 사회와 국가권력의 공공성 회복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그 어디에도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경제지표는 좋은 게 하나도 없다. 실업자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7개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고 있고 설비투자는 20년 만에 최장기간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탈 많은 소득주도 성장의 속도를 되레 높이겠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존폐기로에 몰린 소상공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제발 살려달라”고 하소연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규제개혁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한때 80%를 넘었던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50%대 초반까지 추락한 것은 경제성과 부진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그러잖아도 미국과 중국의 격돌이 심해지면서 경제와 안보 모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때 적폐청산에 매달리느라 편을 갈라 싸움질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한다면 우리 앞날을 장담하기 어럽다. 당정청은 이제라도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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