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국회 분위기를 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달 청와대 회동에서 여야가 규제 완화 법안 처리에 합의하고도 8월 국회는 ‘빈손’으로 끝났다. 전망도 어둡다. 여당은 정기국회를 앞두고 ‘강한 여당’을 외치고 있다. 정부와 청와대의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는 말도 나왔다. 야당도 정기국회를 일자리 문제 등 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장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강대강(强對强)’의 충돌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이 안 되는 국회에서 민생법안과 예산안이 처리되려면 여야 협력이 전제돼야 하지만 작금의 상황이라면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민생법안 처리 지연으로 가뜩이나 경기침체와 소득감소로 고통받는 국민들에게 더 깊은 좌절만 안길 가능성이 있다. 각 당의 입장만 강조하다 보면 예산안 심사도 부실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국가 자원의 효율적 이용은 사라지고 낭비만 초래할지 모른다. 현실로 나타난다면 국회 무용론이 들끓을 일이다.
여야 주도권 다툼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따름이다. 지금이야말로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를 보여줄 때다. 이를 위해 은산분리 완화나 규제프리존법 같은 규제 완화 법안은 여야가 합의한 대로 처리하고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비롯한 경제살리기 법안도 속히 통과시켜 혁신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예산안을 꼼꼼히 살펴 혈세 낭비를 막는 것도 꼭 필요하다. 9월 정기국회가 국민에게 박수를 받는 국회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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