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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런치모드 바꿔라" 넥슨에 첫 노조...성장 갈림길 선 게임산업

네이버 이어 IT업계선 두번째

게임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듯

"장시간 노동 개선 계기"지적속

"고성장세 어려울 것" 우려도

임직원의 고강도 노동을 바탕으로 11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한 한국 게임업계가 갈림길에 섰다. 노동집약적인 기존 방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성장 전략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계기는 넥슨에서 처음 설립된 노동조합이다. 이른바 ‘크런치모드(게임 출시 전 고강도 근무체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노조의 최우선 과제다. 게임업계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와 노조 설립을 계기로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게임사가 증가하면서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산하 넥슨 지회(넥슨 노조)는 3일 설립 선언문을 발표하고 “크런치모드를 워라밸모드(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근무체제)로 바꾸기 위해 게임업계 제1호 노조를 세운다”고 밝혔다. 넥슨 노조의 등장은 국내 정보기술(IT) 전체에서는 지난 4월 설립된 네이버 노조에 이어 두 번째다. 넥슨 노조는 넥슨코리아 법인과 넥슨네트웍스, 네오플, 넥슨지티, 넥슨레드, 엔미디어플랫폼 등 넥슨 그룹의 자회사와 계열사의 직원을 가입 대상으로 했다. 노조 가입 인원은 설립 첫날 이미 300명이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 측은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노동조합 설립과 활동에 대해 존중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넥슨은 이날 6개 관계사와 계열사의 신입사원 공개 채용도 시작했다.

게임업계의 ‘크런치 모드’ 관행은 지난 2016년 넷마블(251270) 자회사에서 20대 개발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을 통해 넷마블과 계열사 12곳에 수당지급 등 시정명령을 내렸다. 사건은 넷마블에서 발생했지만 장시간 노동은 국내 게임사 전반에 퍼진 공공연한 관행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일단 넥슨 노조가 오는 4·4분기 중 본격적으로 교섭에 착수하면 임금 지급 기준이나 근무제도 등 다양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간 외 근로 수당을 급여에 포함해 일괄 지급하는 ‘포괄임금제’ 폐지가 넥슨 노조의 첫 번째 교섭 목표다. 앞서 네이버 노조도 노동환경 개선과 사외이사 추천권 보장 등을 담은 단체협약안을 지난 4월 사측에 전달하고 4개월 가까이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와 넥슨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다른 게임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러 게임사가 민주노총이나 네이버 노조 쪽에 설립 절차를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넥슨과 함께 ‘3N’으로 꼽히는 국내 대형 게임사 넷마블, 엔씨소프트(036570) 등이 노조 설립 가능성이 높은 게임사로 꼽힌다. 이수운 네이버 노조 선전국장은 “실명을 밝히긴 어렵지만 여러 IT 기업의 구성원으로부터 노조 설립과 관련한 문의를 받았고 넥슨 노조도 이 중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넥슨 등 국내 게임사가 직원의 장시간 집중 근무를 통해 성공적으로 신작을 출시하고 수익을 냈던 만큼 노조의 요구대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성장세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의 관계자는 “게임사가 직원의 장시간 노동 없이도 성장하려면 확실한 업무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한 상황인 것 같다”면서 “결국 크런치모드가 사라지면 새로운 근로 방식을 찾을 때까지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짚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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