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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오카리나

- 강정이





어린 새 오카리나

뾰족 내민 주둥이를 불어 본다

구멍구멍 내가 빠져 나온다

하늘에 대고 소리치고 싶던 울분이 나오고

예순 살 모래바람으로 사라진 엄마도

송도바다 세레나데 부르던 첫사랑도 나온다

저것이 들숨날숨으로 나를 빚어

마구 허공에 뿌려대니

부웅 부운浮雲-

꽃이 되고 나비 되고

바다 되고 바람이 된다

그래 그래

악다구니 삶도 물결무늬 삶도

우리 돌아갈 한 줌 흙 아니냐며

엉긴 가슴 호- 불어주는

오카리나 입김

흙의 숨결

잠깐! 오카리나는 흙으로 구운 악기요, 그걸 부는 이는 사람 아닌가? 그런데 시인은 오카리나가 자신을 빚어 허공에 뿌려대니 스스로 꽃이 되고, 나비가 되고, 바람이 된다고 한다. 여보세요? 눈감은 저이를 흔들어 깨우려다 깨닫는다. 부드러운 흙이 단단한 흙을 불고 있을 뿐이로구나. 산다는 건 들숨과 날숨 사이, 울분도 첫사랑도 한 호흡의 일이로구나. 사람이 악기를 불지만, 악기는 사람을 데리고 경계를 너머 근원으로 데려가는구나. 삶이란 가락 속의 일이로구나.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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