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저지르기 쉬운 논리적 오류 중에 ‘진짜 스코틀랜드인의 무오류(no true Scotsman fallacy)’라는 게 있다. 설명하면 이렇다. 한 스코틀랜드 사람이 영국에서 끔찍한 성범죄가 발생했다는 뉴스에 ‘스코틀랜드인은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날 스코틀랜드에서도 그런 무시무시한 성범죄가 일어났다는 기사를 접하게 된다. 그러자 그 스코틀랜드인은 ‘진짜 스코틀랜드인이라면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식으로 변호했다. 자신이 속한 그룹을 무결점의 존재로 정의함으로써 나쁜 일을 저지른 부류로부터 자신이 속한 그룹을 격리한 셈이다. 쉽게 말하면 ‘내 편은 무조건 맞고 네 편은 틀리다’는 식의 논리적 오류다. 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쪽이 항상 옳고 숭고하다’는 망상에 빠져 있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성찰은 뒷전이 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실수나 착오를 덮기 위해 아전인수 격 논리도 횡행하게 된다. 요즘 문재인 정부를 보면 ‘이런 오류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념적 자의식이 너무 강한 나머지 자기 확신에 취해 반성을 모르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경제문제만 해도 그렇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획일적 주52시간 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고비용 정책을 그대로 놓아두고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패러다임 대전환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포장한들 현실은 냉정하다. 실제 고용, 소득분배, 소비심리, 기업 체감경기 등 주요 지표는 ‘참사’ ‘쇼크’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안 좋다. 그럼에도 정부는 ‘돌격, 앞으로’만 외치고 있다. 심지어 “이런 지표가 소득주도 성장이 절실한 이유”라는 본말이 뒤바뀐 평가마저 내놓았다. 자신들도 보기에 민망했는지 최근 개각에서는 애꿎게 통계청장을 교체했다.
뒤치다꺼리는 결국 기업 몫이다. 정부로서는 공공 부문을 통해 마중물 역할을 한 만큼 민간의 펌핑(pumping)이 부족하다는 논리로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한 달 새 삼성전자·포스코·GS·한화 등 숱한 기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투자·고용계획을 발표했다. 서로 약속이나 한 듯 핵심은 하나같이 ‘3~5년간 수조원 투자, 수만명 고용’이다. 하지만 롤러코스터를 타는 산업현장에서 이런 중장기계획이 그대로 이행되기는 극히 어렵다. 기업 발표가 면피용, 생색 내기에 더 가깝다는 의미다. 정부부터 ‘눈 가리고 아웅’인데 기업이라고 묘책이 있을까. 한 재계 임원은 요즘 경제상황을 ‘절벽을 향해 내달리는 형국’에 빗댔다. 때로는 방향 전환이 해법일 수 있다. 정권 차원의 결단이 절실하다.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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