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1·2심을 변호한 이경재 변호사가 항소심에서 삼성의 뇌물 혐의와 관련해 법원이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면서 유죄 판단을 내린 것을 두고 다시 한 번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 변호사는 4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동북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묵시적 청탁을 대법원에서 받아들인다면 정적을 처단하는 데 ‘천하의 보검’이 될 것”이라며 “증거 재판주의, 법치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최순실 씨의 2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을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했고, 그 결과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최 씨를 위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뇌물을 지원했다고 판단했다.
이 변호사는 “유일한 증거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했다는 사실인데 이걸 가지고 어떻게 (형량)10년 이상의 뇌물을 인정하느냐”며 “사람 잡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간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재판 과정에서 여러 차례 문제 삼았던 부분들도 재차 말했다. 우선 최순실 씨의 태블릿PC를 두고 “미스터리 아니냐”고 반문하며 “만약 재판 초기에 감정을 했다면 재판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해 7월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깜짝 출석’해 증언을 한 것에 대해 “‘보쌈 증언’은 재판 중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이었다”며 “새벽에 변호인을 따돌리고 불러내 법정에 세워 놓고, 그렇게 불법적으로 이뤄진 증언을 신빙성 있다고 유죄 증거로 채택했다”고 비판했다.
특검이 최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삼족을 멸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기존의 주장도 반복하면서 “최씨에 대해서는 인권적 조치를 하면 안 된다는 묵계가 있는 것처럼 인신구속과 관련해 모든 불리한 일을 다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를 두고도 “탄핵의 선봉장으로 특검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며 “검찰 특수본 1기는 그래도 공정한 잣대로 노력했는데, 특검으로 넘어가면서 정경유착 뇌물사건으로 성질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2016년 9월 최씨의 사건을 맡은 이 변호사는 2년간의 변호를 마치고 상고심 단계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 때 정윤회 씨를 변호한 인연으로 최씨 사건까지 수임하게 됐다고 설명하면서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최태민과 최순실, 정윤회가 우리 현대 정치사에서 갖는 부정적 의미를 모르는 바 아니고, 돈을 좇는 악덕 변호사라는 역풍에 나서는 일일 수 있었다”면서도 “진상이 무엇인지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의뢰인의 정당한 이익을 변호하는 일이므로 받아들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성문인턴기자 smlee9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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