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위탁생산(CMO) 사업을 바탕으로 2008년 국내 증시에 상장한 셀트리온이 상장 6개월 만에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종목으로 올라선 2009년 2월. 창업주 서정진 회장은 고민에 빠진다. 고민의 대상은 바이오의약품의 일종인 바이오시밀러 개발 여부였다. 셀트리온이 개발을 추진하던 항체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시밀러 중에서도 분자구조가 복잡해 고도의 기술이 없으면 개발이 어렵고, 글로벌 임상에도 막대한 비용이 투입돼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 회장은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에 전념하기 위해 높은 수익을 내던 CMO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한다. 전사적인 노력 끝에 글로벌 임상에 성공한 첫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는 2013년 8월 유럽의약품청(EMA), 2016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도 판매 승인을 받으며 글로벌시장에 본격 출시됐다. 그리고 2016년과 2017년 연속으로 국내 1위 수출 바이오 의약품으로 이름을 올리며 ‘수출 효자’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수년여간의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바이오시밀러가 약진하면서 국산 의약품 수출액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6일 식품의약품 안전처는 지난해 바이오의약품을 포함한 전체 의약품 수출이 40억7,126만달러(약4조6,02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6년 의약품 수출액 31억 2,040만달러(약3조6,209억원)와 비교해 30.5% 증가한 수치이며 역대 최고치다.
이중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한 바이오의약품은 지난 2016년 10억 6,397만 달러 수출에서 28.6% 증가한 13억 6,851만 달러로 늘며 수출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셀트리온의 램시마와 트룩시마는 바이오의약품 수출실적의 67%를 차지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부터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리툭산 바이오시밀러)’와 ‘허쥬마(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유럽시장에 수출하고 있고, 미국 FDA로부터도 두 제품의 판매 승인 획득을 추진 중이다.이 밖에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제제의 수출액이 1억195만달러로 전년 대비 100.8% 증가해 2년 연속 100% 이상의 고속 성장세를 나타냈다. 바이오의약품은 무역수지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전체 제약시장에서 지난해 유일하게 3,687억원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생산실적에서도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실적은 2조6,015억원으로 전년 대비 29.6% 성장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은 20조3,580억원으로 2016년(18조8,061억원) 대비 8.3% 늘어나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의약품 생산실적은 국내총생산(GDP)의 1.18%를 차지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의약품 총생산은 5.6% 증가해 전체 제조업 평균 4.3%를 웃돌았다.
지난해 제약사별 생산실적은 셀트리온이 9,023억원으로 2016년 대비 110.6% 성장해 1위에 올랐다. 이어 2016년 생산실적 1위였던 한미약품(7,596억원)이 2위로 내려갔고, 종근당(7,178억원)과 대웅제약(6,682억원)이 뒤를 이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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