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한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절대 잊지 않을게요” “언젠가는 우리가 태국 축구대표팀을 월드컵 결승에 올려놓을 겁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12명의 태국 동굴소년과 코치가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헌신한 ‘영웅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태국 북부 치앙라이 주(州) 탐루엉 동굴에 갇혔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한 이들은 구조된지 2개월여 만인 6일 저녁(현지시각) 수도 방콕의 왕실 광장에서 열린 사은 연회에 참석했다. 단정한 교복 차림으로 단상에 오른 소년들은 두 손을 모으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마이크를 잡은 아둔 삼-온은 “우리를 위해 헌신한 모든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평생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답하는 마음으로 태국을 위해 그리고 전 세계를 위해 훌륭한 시민이 되겠다. 최선을 다하기로 이 자리에서 약속한다”고도 했다.
태국 총리 주재로 3시간여 진행된 연회에는 동굴 구조를 주도한 호주 국적의 ‘잠수하는 의사’ 리처드 해리스 박사 등 외국 구조전문가들과 태국 군인들, 정부 관계자, 자원봉사자 등 1만여 명이 초청됐다. 행사를 위해 왕실 광장과 음식을 제공한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은 구조작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114명의 외국인 등 188명에게 왕실 최고 훈장을 수여했다.
앞서 소년들은 방콕의 한 쇼핑몰에서 동굴구조를 주제로 열린 전시회에도 참석했다. 자신들이 갇혔던 좁은 동굴 틈을 재연한 전시물 안에 직접 들어가 보고, 두 번째 공식 인터뷰를 통해 동굴 고립 시 겪은 일들과 구조된 뒤 변화한 일상 등을 설명하기도 했다. 막내 차닌 위분렁루엉은 “예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친구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고, 둥펫치 프롬텝은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0만명으로 늘었다”고 자랑했다. 승려 체험 중인 엑까뽄 찬타웡 코치는 “지금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설명을 못 하겠다”며 일상으로 돌아온 기쁨을 표현했다.
소년들은 태국 축구대표팀을 월드컵 축구대회 결승에 올려놓는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도 펼쳐 보였다. 치앙라이 ‘무 빠’(야생 멧돼지) 축구아카데미 소속 선수와 코치인 이들은 지난 6월 23일 매사이 지구의 탐루엉 동굴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내린 비로 동굴 내 수로의 물이 불어나면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실종 열흘째인 7월 2일 2명의 영국 구조전문가가 동굴 안쪽 깊숙한 에어포켓 공간에서 아이들을 발견했다. 태국 당국은 동굴 통로 곳곳에 고인 물을 빼내고 아이들에게 수영과 잠수장비 사용법을 가르친 뒤, 7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에 걸쳐 이들을 구출했다.
/이성문인턴기자 smlee9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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