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만에 또다시 발간된 모건스탠리 보고서로 인해 미국의 주요 반도체주와 국내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관련 부품·소재주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D램 수요는 견조하며 낸드는 오히려 고객사에서 원해 공급을 늘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7일 반도체 관련주인 테스가 6.17%, 원익IPS와 하나머티리얼즈(166090)가 각각 5.32%, 4.81%, 피에스엠씨(024850)와 유니테스트(086390)가 4.2%, 2.79% 떨어졌다. 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마이크론이 9.87%, 장비업체인 KLA-텐코어도 9.72% 급락했다.
션 킴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지난 8월 이후 수요가 줄어든 반면 제조사들이 쌓아놓은 재고는 늘었다”며 “특히 최근 수주 동안 D램 고객사들의 태도가 상당히 바뀌었다”고 경고했다. D램 가격·판매량을 지탱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서버용 D램 부문마저도 대형 사업자들의 수요 감소가 관측됐다는 설명이다. 킴 애널리스트는 “특히 최근 몇몇 클라우드 관련 고객사들이 D램 구매를 줄였고 이는 고객사들이 자체 보유 재고나 예정된 투자 규모를 줄인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데이터센터용 서버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 알리바바는 2·4분기 시설투자가 1조6,0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증가했다고 밝혔고 구글의 상반기 시설투자 규모도 101% 늘었다. 낸드 가격의 하락세는 명확하지만 가격 하락으로 오히려 수요가 느는 현상도 관측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버용 D램은 수급이 타이트한 상황이고 노란불이 켜졌다는 이야기는 이해할 수 없다”며 “낸드 공급을 늘리는 과정에서 가격이 조정되고 있지만 가격 하락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이야기는 업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라고 밝혔다.
재고 증가는 반도체 수요처가 다양해진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PC에서 모바일, 서버 등으로 수요처가 늘면서 고객사 상황이나 시장 변화에 따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재고를 늘릴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반도체 재고 일수는 2015년 이후 증가해왔으며 재고 증가가 반도체 업황 부진의 신호라면 2015년 이후의 슈퍼사이클을 설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반도체주가 타격을 입은데다 신흥국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하면서 외국인투자가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틀 만에 1조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도 금액은 7,735억원으로 2013년 6월21일(8,009억원) 이후 5년여 만의 최대치다. 전일 2,923억원을 순매도한 것까지 감안하면 이틀 만에 1조원을 던진 셈이다.
/유주희·신희철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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