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은 음악에 관해서라면 ‘1만%의 헌신’을 할 수 있는 젊은이입니다.”(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저희 후배들이 세계를 무대로 누비는 것은 정경화 선생님처럼 뛰어난 ‘1세대 연주자’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한국이 낳은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70)와 클래식계의 신성(新星)인 피아니스트 조성진(24)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서로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국 클래식의 어제와 오늘을 상징하는 두 사람은 지난 1일 경기도 고양을 시작으로 투어 공연에 나섰으며 11·12일에는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이들이 협연을 갖는 것은 지난 2012년에 이어 6년 만이다.
정경화는 “성진이는 고등학생이던 6년 전에도 이미 음악적 조숙함과 즉흥적인 창조성을 동시에 가진 연주자였다”며 “예술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는 생물학적인 나이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고 회상했다. “60년 넘게 바이올린을 하면서 피아니스트와의 파트너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느껴요. 사실 그동안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이나 케빈 케너처럼 제게 음악적으로 깊은 자극을 준 피아니스트는 손에 꼽을 만큼 적어요. 그런 점에서 성진이처럼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이는 피아니스트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는 건 큰 행복이에요.”
두 사람은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공연에서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7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다. 베토벤 소나타 7번은 6년 전 함께 연주한 작품이고, 프랑크 소나타는 각기 다른 파트너들과 연주한 경험이 있으나 두 사람의 호흡으로 재탄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과 달리 유럽에서 동양인 연주자가 귀했던 1970~1980년대 이미 최고 스타로 부상한 정경화는 누구보다 깐깐하게 협연자를 고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조성진은 대선배의 거듭된 칭찬에 수줍어하면서도 공연에 대한 생각을 밝힐 때는 결코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조성진은 “6년 전에는 사실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연주할 때마다 조금씩 변주를 가미하는 정 선생님을 보며 큰 재미를 느꼈다”며 “예전부터 제가 프랑크를 함께 연주하자고 졸랐는데 마침내 이번에 소원을 성취해서 참 기쁘다”고 미소 지었다. “2011년 초에 정 선생님을 처음 뵌 이후 고민이 있을 때마다 선생님의 의견을 구했어요. 그때마다 선생님은 본인의 일처럼 신경 써주시며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죠. 제 인생의 멘토나 다름없는 선생님과 앞으로도 꾸준히 듀오 공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경화는 음악적 재능만큼이나 조성진의 성격과 품성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경화는 “성진이는 예술 세계에 관해서라면 누구도 꺾기 힘든 고집을 갖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또 너무나 차분하고 겸손한 성품을 타고났다. 20년 넘게 살면서 소리 높여 화를 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저보고 그러더군요. ‘선생님! 성진이를 왜 그렇게 예뻐하시는 건가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예쁜 걸 어떡하느냐고요. 실력이면 실력, 인성이면 인성, 모든 게 완벽한 젊은이를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요? (웃음).”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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