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에는 국내 유일의 북극곰이 살고 있다. 지난 1995년 경남 마산의 한 동물원에서 태어난 뒤 1997년 에버랜드로 거처를 옮긴 이 곰의 이름은 통키. 북극곰의 평균수명이 25~30년 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만 23세의 통키는 사람으로 치면 70~80세의 고령자나 다름없다. 통키는 긴 세월 동안 에버랜드를 찾는 방문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누구보다 씩씩하고 쾌활한 모습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2015년 통키의 단짝이었던 북극곰 친구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면서 에버랜드의 고민이 시작됐다. 친구를 잃고 외로움에 시달리면 나이가 꽉 찬 통키의 몸 상태도 빠르게 쇠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이에 동물원 관리자들은 통키가 상실의 아픔을 털고 일어나도록 새로운 친구를 물 바깥에서 데리고 오거나 아예 통키를 해외 유수의 공원으로 옮겨주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별다른 진척이 없던 ‘통키 이전 프로젝트’는 지난해 7월 영국의 ‘요크셔 야생공원’이 관심을 보이면서 급물살을 탔다.
북극곰을 위한 전용공간만 4만㎡에 달하는 요크셔 야생공원은 동물보호단체들 사이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생태형 동물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곳이다. 올해 5월 영국 공원의 북극곰 전문 수의사는 에버랜드를 직접 방문해 통키의 건강이 양호함은 물론 요크셔로 여행을 떠나는 데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20년 동안 정든 통키와의 이별은 아쉽지만 통키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전을 결정했다”며 “통키는 올해 말께 요크셔 공원으로 날아가 현지에 있는 북극곰 친구 네 마리와 함께 새로운 생을 이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에버랜드는 앞으로 남은 석 달 동안 더 많은 방문객이 통키와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우선 에버랜드는 사랑스러운 통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페이스북(@witheverland)에 공개하고 댓글 이벤트를 진행한다. 통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댓글을 단 고객 중 10명을 선정해 통키가 영국으로 떠나기 전 만나볼 수 있도록 에버랜드 이용권을 증정한다. 통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미니 편지를 메모지에 작성한 뒤 게시판에 붙이는 ‘통키에게 보내는 편지 쓰기’ 행사도 현장에서 열린다. 에버랜드는 이 편지들을 모은 대형 기념 보드를 제작해 요크셔 야생공원에 전달할 계획이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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