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양승태 사법부 시절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며 철저한 진상조사의 필요성과 사법부 개혁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다만 사법부 개혁을 강조한 문 대통령은 그 방법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하며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13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양승태 사법농단’ 의혹으로 최근 사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문 대통령의 방문에 주목이 집중됐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지금까지 사법부가 겪어보지 못했던 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하는 매우 엄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사법개혁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뜻에 따라 입법을 통해 사법개혁의 버팀목을 세워주실 것을 기대한다”며 국회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적 언급을 피해왔다. 지난 6일 김선수·노정희·이동원 신임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주면서도 “지금 사법부는 최대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다. 사법부의 신뢰회복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 바 있지만 당시 문 대통령은 “사법부의 일이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전제를 달았다. 사법농단 사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사법부 개혁을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의 신뢰 위기가 계속된다면 국민의 삶이 불안해질 뿐만 아니라, 정부의 개혁 동력 역시 무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1,700만개의 촛불이 헌법정신을 회복시켰고, 그렇게 회복된 헌법을 통해 국민주권을 지켜내고 있다. 저는 촛불정신을 받든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절감하고 있으며, 그 무게가 사법부와 입법부라고 다를 리 없다”며 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밝히면서도 사법부의 개혁 작업이 자율성과 독립성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사법부의 구성원들도 참담하고 아프겠지만, 국민이 사법부에 준 개혁의 기회이기도 하다”며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 지난날 법원 내부의 용기가 사법부의 독립을 지켰듯 이번에도 사법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어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 사법부 공직자 모두는 법치주의의 토대 위에 서 있다”며 삼권분립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사법부 독립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사법부 개혁 시 정부에 의해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다. 사법부의 독립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사법개혁 전체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인식도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삼권분립에 의한 사법부 독립과 법관의 독립은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며 “저도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을 철저히 보장할 것”을 약속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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