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4일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김종필(56) 변호사의 사무실과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의 법관사찰 의혹과 옛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 개입 의혹에 연루된 정황이 포착된 현직 부장판사 2명의 사무실 ·컴퓨터를 압수수색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서 대부분의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는 등 차질을 빚은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불신 해소를 위한 엄정한 의혹 규명을 강조한 직후인 만큼 검찰 수사에도 탄력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김종필 변호사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에서 업무일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김 변호사는 2014년 1월부터 1년여 간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소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2014년 10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재항고이유서가 청와대·고용노동부를 거쳐 대법원 재판부에 다시 접수되기까지 경로를 대략 파악했다. 김 변호사를 비롯해 대필된 소송서류를 전달하는 데 관여한 당시 비서관들과 노동부 직원들을 잇달아 소환해 재항고이유서가 USB(이동식저장장치)에 담긴 채 김 변호사와 한창훈 당시 고용노동비서관을 거쳐 노동부에 전달됐다는 정황을 알아낸 것이다.
재항고이유서는 재판 당사자가 직접 써야 하는 소송서류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청와대가 강하게 추진한 전교조 법외노조화 작업을 돕기 위해 이를 직접 작성해 정부 측에 건넸고, 그 반대급부로 상고법원 입법 추진, 재외공관 법관 파견, 법관 정원 증원 추진 등을 얻어내려 한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2011년까지 판사 생활을 한 김 변호사가 법원행정처와 청와대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이날 압수수색 등을 토대로 거래 정황을 뒷받침할 물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또 검찰은 법관사찰 의혹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심의관을 지낸 박모(41) 창원지법 부장판사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박 부장판사는 법관 모임 견제 문건을 작성했다. 2015년 2월부터 2년간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일하며 법원 내 연구회 중복가입자를 정리해 사법행정에 비판적이었던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을 와해시키는 로드맵을 짜기도 했다.
검찰은 전주지법에도 수사관들을 보내 2015년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원이 낸 지위확인소송을 심리할 당시 방모(45) 부장판사가 쓰던 PC 하드디스크를 확보했다. 방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로부터 “선고기일을 연기하고, 의원 지위확인은 헌법재판소가 아닌 법원 권한이라는 점을 판결문에 명시해달라”는 뜻을 전달받고 실제 재판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방 부장판사가 의원직 당연 퇴직 여부에 대한 판단을 판결문 초고에 적었다가 재판개입 의혹이 일자 삭제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말 소환한 바 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