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감정을 담은 편지인 ‘러브레터’, 듣기만 해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단어다. 그중에서도 부모님의 가늠할 수 없는 사랑을 꾹꾹 눌러 담아 쓴 손편지라면 그 어떤 편지보다 감동적인 러브레터일 것이다.
이 책은 어머니와 자식들 사이에 오간 수십 통의 편지글에서 모티브를 얻어 자식들에 대한 당신의 생각과 바람을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전개한 에세이다. 저자 김인순은 삼남매로부터 받은 편지를 30년 넘는 세월 동안 한 통도 버리지 않고 이사할 때도 보물처럼 간직하며 들고 다녔다. 2015년 다발성 골수종이 발병, 항암치료와 투병생활을 하던 저자는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이 담긴 편지들이 아름답게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편지들을 엮어 책으로 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세계적인 보톡스·필러 권위자인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대표원장 등 삼남매는 투병 중인 저자에게 삶의 의지를 북돋아 주기 위해 오랜 세월 쌓인 손편지를 모아 책으로 펴냈지만 안타깝게도 저자의 유작으로 출간됐다. 서 원장은 부산 고신외대 외과 주임교수로 미국외과의학학술원(FACS) 정회원 등으로 활동하며 외과의사로서 명망이 높았던 아버지 고 서재관씨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됐다. 서 원장은 2015년 세계피부외과학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맡았고 최근 ‘한국형 보톡스 시술법’ 영문판을 출간하는 등 보톡스, 필러 시술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남편이자 삼남매의 아버지, 인생의 기쁨이었던 아들, 집안 최고의 커뮤니케이터이자 인생 최고의 벗인 큰딸, 뭐든 더 주고 싶은 막내딸 그리고 어머니 당신 삶에 대한 사연들이 총 다섯 장에 걸쳐 따스하고 차분한 문체로 흐른다. 마지막 특별부록 장에는 세 자녀에게 어릴 적부터 자주 만들어 먹인 요리와 집안 대표 밥반찬 10가지를 담은 ‘엄마표 소울푸드’로 구성해 추억 속 어머니 손맛을 떠올려보는 맛내기 비결도 정리됐다.
어머니가 담담히 써 내려간 자전적 글과 부모 곁을 떠난 세 자녀가 각자의 인생을 살면서 어머니께 보낸 편지 내용의 교차적인 전개를 따라가며 읽는 동안 ‘우리 엄마’, 그리고 ‘내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의 말대로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고, 사랑과 믿음으로 보듬어 주며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되는 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것을 잊고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잔잔하지만 진한 울림을 준다. 1만 3,8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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