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지배구조는 지분율만 봐도 알 수있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지분은 허창수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49명이 47.05%를 갖고 있으며 허 씨 일가 중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이는 허용수 GS EPS 대표이사가 유일하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과 같은 가족 경영의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화합 중심의 가족 경영 문화가 평탄히 이어질 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가족경영문화가 이어질 것이라 보는 이들은 GS 특유의 가풍(家風)을 꼽는다. LG그룹 창업 이후 구 씨와 허 씨 일가는 3대에 걸쳐 지분 구조 65대 35 비율을 철저하게 유지한 상태로 동업을 이어나갔으며 GS그룹이 분리되는 과정에서도 일체의 잡음이 없어 계열분리의 모범 사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허 씨 일가는 중대한 일을 결정할 때 가족회의를 거치는 것으로 잘 알려졌으며 양반의 고향인 진주 출신인 만큼 유교적 가풍을 중심으로 한 위계 질서 문화가 강한 편이다. 특히 정기적인 가족회의를 통해 ‘홍’자 돌림인 오너 일가 4세들의 업무 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이제 막 사회에 첫 걸음을 내디딘 GS그룹 4세들은 검소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하는 등 집안 어르신들의 눈에 들기 위해 애 쓴다.
반면 복잡한 지분율과 세대가 내려갈 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는 가족 간 결속력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지배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낳는다. 허만정 LG그룹 창업주의 아들 8명과 직계자손 대부분이 그룹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어 차기 총수 후보군 중 몇 명이 욕심을 부릴 경우 지금까지의 가풍이 와해 될 수 있다.
갖가지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가운데 GS그룹 후계 구도는 크게 두 가지 줄기로 나눠 진다. 허창수 GS 그룹 회장 이후에도 당분간 3세 경영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와 전방위로 활약 중인 4세들 중 한 명이 수년 내에 경영권을 쥐는 시나리오가 그 주인공이다. GS건설을 제외한 계열사 모두를 총괄하는 ㈜GS의 지분율이 이들 시나리오 진행 과정의 길잡이 역할을 할 전망이다. ㈜GS는 GS에너지 지분 100%를 갖고 있으며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50%)를 비롯해 GS리테일(65.75%), GS글로벌(50.70%), GS E&R(69.74%) 등의 그룹사를 지배 중이다. ㈜GS의 경영권을 쥐는 이가 GS그룹의 승계자가 되는 셈이다.
◇4세 경영의 핵심.. 허정구·허준구 직계존속들=GS그룹은 LG그룹과 마찬가지로 장자를 우대하긴 하지만 경영성과에 가족들의 명운이 좌우된다는 생각에 무엇보다 실력을 중요시 한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허만정 창업주의 장남인 허정구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직계 자손들의 활약에 가장 눈이 쏠린다.
이들 중 허동수(허정구 회장 차남) GS칼텍스 회장의 아들인 허세홍 사장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허세홍 사장은 스탠포드대학교 MBA를 졸업한 뒤 IBM과 셰브런 등을 거쳐 2006년 GS칼텍스 싱가포르 법인에 입사했다. 이후 실력을 인정받아 2013년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이듬해 석유화학사업본부와 윤활유사업본부 본부장을 맡는 등 4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허동수 회장이 GS칼텍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을 당시 허세홍 사장이 등기임원 자리를 이어 받는 등 그룹 차원의 지원도 현재 진행형이다. 허세홍 사장은 지난 2017년 GS그룹 4세 중 가장 먼저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지금까지 GS글로벌을 이끌고 있으며 GS그룹 4세 가운데 가장 연장자(1969년생)이기도 하다. 지난 7월 ㈜GS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1.51%까지 높이는 등 GS 오너가 4세 중 지분율이 두번 째로 높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허남각(허정구 회장 장남) 삼양통상 회장의 맏아들 허준홍 GS칼텍스 전무에게도 눈이 쏠린다. 허준홍 전무는 삼양통상 및 삼양인터내셔널 지분을 활용해 ㈜GS 지분율을 1.99%까지 끌어올리며 오너가 4세 중 지분율이 가장 높다. 장자 승계라는 명분을 밀어붙일 경우 GS그룹 경영권을 손에 쥘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허광수(허정구 회장 삼남)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 허서홍 GS에너지 상무를 주목하고 있다. 허서홍 상무는 지난 2015년 옥산유통 지분 20.26% 전량을 부친에게 매각해 마련한 돈으로 지난 2016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GS 지분 8만4,000여 주를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1.18%로 올렸다. 허서홍 상무는 이후에도 지분을 계속 매입해 현재 그가 올 상반기 기준 보유한 ㈜GS 지분율은 1.45%다.
재계 관계자는 “허정구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은 장자인만큼 GS그룹의 후계자로 유력했지만 제일제당 창업 멤버등으로 활동하고 이후 삼양통상을 설립하는 등 다른 길을 걸었다”며 “하지만 허정구 회장의 차남인 허동수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에서 활약하면서 허정구 회장 직계존속들의 장자승계 프리미엄 또한 여전히 살아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허창수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전무 또한 차기 총수 후보군 중 하나다. 허윤홍 전무는 ㈜GS 지분이 0.53%에 불과하지만 총수의 외동아들인데다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등 삼촌들의 지지를 등에 업을 수 있다. 허윤홍 전무는 2004년 GS그룹 출범 당시 0.17%에 불과했던 지분율을 꾸준히 늘렸지만 허정구 회장의 손자들 대비 지분율이 낮다는 것은 숙제다. 업계에서는 GS칼텍스가 GS그룹의 핵심계열사라는 점과 허정구 회장의 직계존속이라는 명분 때문에 허세홍·허준홍 씨의 승계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과, 현직 총수의 외아들이라는 막강한 프리미엄을 가진 허윤홍 씨의 승계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나뉜다.
◇3세 경영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배제 못해=3세 경영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무시 못한다. 이 중 시장의 이목을 가장 끄는 인물은 허용수 GS EPS 대표다. 허용수 대표는 ㈜GS 지분을 5.26% 갖고 있어 허창수 회장 지분(4.75%) 보다 많다. 허용수 대표는 허만정 창업자의 5남인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의 맏아들로 지난 2016년 11월 GS EPS 대표에 선임된 이후 꾸준히 ㈜GS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허용수 부회장의 여동생인 허인영 승산 대표의 지분은 ㈜GS 지분은 1.65%로 둘의 지분을 합치면 6.91%에 달한다. 허용수 대표가 GS오너가 3세 중에 GS 지분 매입에 가장 적극적이라 점에서 향후 경영권 향배의 변수가 될 수 있다.
허창수 회장의 친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에게도 눈이 쏠린다. 허진수 회장은 ㈜GS 지분 2.02%를 갖고 있으며 GS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를 이끌고 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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