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성이 있는 땅이라거나 문화유산과 관련이 있다거나. 그런 곳에서 작업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문화유산과 가까이 있으니 반드시 한옥을 짓는다, 그런 개념이 아니라 역사적 층위를 더하는 것이죠.”
지난 2011년 설립된 건축사사무소 강희재는 문화재수리기술자 면허 보유 업체로 한옥 건축에 특화된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현대건축부터 문화재 실측과 설계까지 담당하며 다양한 작업물을 선보이는 강희재는 지금까지 상촌재를 비롯해 남한산성 한옥소방서, 평창동 한옥주택 등 세 채의 한옥을 지었다.
이외에 문화재 보수에도 다수 참여했다. 가장 최근에는 사적 제162호인 북한산성 대성문 보수 설계를 맡았다. 8월 말 공사가 마무리된 대성문은 해발 626m에 위치한 북한산성의 동남쪽에 위치한 성문이다. 당시 궁궐인 창덕궁과 북한산성을 이어주는 가장 가까운 통로였다.
현재 강희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두 곳으로 경주 월성 방문자센터와 근대문화유산 ‘딜쿠샤(Dilkusha)’ 복원작업이다. 월성 방문자센터는 발굴 대상지에 들어가기 앞서 일반 관람객들이 기본적인 정보를 얻어가는 공간이다. 강성원 강희재 대표는 “문화유산 주변에 지어지는 건물이 경관이나 유산의 가치를 죽이면 안 된다”며 “꼭 기와를 덮은 한옥일 필요는 없다. 한옥을 지어도 오히려 더 안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문화유산과 다양한 측면에서 상생할 수 있는 건물을 디자인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강희재가 복원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근대문화유산 딜쿠샤는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에 위치한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양옥으로 1919년 ‘3·1운동’ 독립선언서, 제암리 학살 사건 등을 외신으로 처음 보도한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1875~1948년)가 살던 가옥이다. 당시 AP통신사의 한국 특파원이었던 앨버트는 1923년 이 집을 짓고 힌디어로 ‘이상향, 기쁨’을 의미하는 ‘딜쿠샤’라는 이름을 붙였다. 앨버트는 이곳에서 항일 독립운동을 돕다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기까지 했으며 1942년 일제에 추방당할 때까지 이곳에서 생활했다. 역사적 의미뿐 아니라 딜쿠샤는 건축사적으로도 가치 있는 건물이다. 영국과 미국의 주택 양식이 혼합돼 있고 일제 강점기 근대 건축 양식으로서도 가치가 있다. 국가 소유가 됐지만 정부의 방치로 일반인들이 무단 입주하면서 훼손이 심각했던 이곳은 복원을 거쳐 3·1운동 100주년인 오는 2019년 민간에 개방될 예정이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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