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에 이어 18조원 규모의 사립학교교직원연금도 ‘국가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근본적인 연금 구조개혁 없이 국가의 보장의무만 앞세우는 것은 ‘연금 포퓰리즘’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국회에 송부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사학연금은 강제적으로 가입이 이뤄지는 공적연금 제도로서 사립교직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기금부족액에 대한 국가지원 의무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행 사학연금은 기금 부족 시 ‘국가가 부족액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현재 규정으로도 정부 지원은 가능하지만 한발 더 나아가 ‘국가 의무’로 못 박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학연금의 경우 교원 감소 등의 영향으로 오는 2051년부터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돼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며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수급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학연금이 사실상 준용하는 공무원연금은 이미 기금 부족액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사학연금 규모는 18조2,091억원이다. 올해는 지난 7월 말까지 유가증권을 통해 1.34%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아직은 흑자운영 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학연금이 공무원연금(1960년)이나 국민연금(1963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1975년부터 시행되면서 나타난 ‘후발효과’ 때문이다. 사학연금재단 추산으로도 사학연금은 2020년 21조원 규모로 정점을 찍은 뒤 2051년에 기금이 고갈된다. 2060년에는 재정수지 적자가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연금 구조개혁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의 보장 의무만 무작정 앞세우는 것은 무책임한 인기영합주의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사립학교 교직원들은 공무원 신분이 아닌데다 받는 연금도 국공립 교사나 다른 공무원들보다 훨씬 많아 형평성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기금이 부족해지면 연금을 깎는 것이 상식인 것처럼 연금 개혁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도 “자칫 국가 책임에 대해서만 얘기하면 보험료 인상 등 재정적 노력 없이 ‘정부 재정으로만 막는다’는 잘못된 뉘앙스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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