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SE★인터뷰] ‘명당’ 지성은 성장 중 “성실한 배우→즐기는 배우로”

베테랑 배우 지성은 겸손함을 넘어 연기에 대한 경외감을 지니고 있었다. ‘갓지성’이란 수식어가 헛되지 않게 한 건 이런 그의 태도에 있었다.

지성은 영화 ‘명당’ 에 대해, “동료배우의 모습이 감동이었다”며 눈빛을 빛냈다. “백윤식 선생님이 조승우씨랑 연기 하는 걸 보는데 저절로 빠져들었다. ‘저 신을 저렇게 연기했구나’를 보니 감동 그 자체였다” 마치 신인 배우가 첫 영화 현장을 경험한 뒤, 설렘과 벅찬 심경을 전했다고 할까.

배우 지성/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드라마 ‘킬미, 힐미’(2015)와 ‘피고인’(2017)으로 2015 MBC 연기대상, 2017 SBS 연기대상에서 두 차례 대상을 수상한 지성은 인터뷰 내내 자신을 낮췄다. 형식적인 겸손함이 아니었다. 그에겐 함께하는 배우 모두가 놀라운 배움의 ‘터’였다. 놀라움은 ‘감동’으로 이어졌다.

“제 연기는 늘 부족해요. 함께 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배우고 있어요. 예전에 고두심 선생님과 작품을 하면서 놀랐어요. 제 엄마 역이 고두심이라고 하니, ‘선생님께 직접 여쭤봐야지’했는데, 여쭤보지 않아도 느꼈으니까요. 항상 거기 앉아서 뜨개질도 하시고 ‘엄마’ 그 모습 그대로 있으셨어요. 그러다 자기 신이 되면 대사만 덧붙여서 하셨죠. 엄마 모습 그대로요. 지금도 생각하면 감동입니다. ”

“이번 ‘명당’에서도 조승우씨가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바로 박재상이 돼서 이야기하는데 그 호흡이 소름 끼치게 좋았어요. (작품 안에서)바로 바로 이야기 나눌 수 있고, 그걸 맞춰서 시선을 주고 또 시선을 받아주는 이런 부분들이 좋았어요. 이 자리를 빌어 승우씨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명당’을 둘러싼 거대한 이야기



지성은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에서 천하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야욕을 드러내는 몰락한 왕족 흥선 역을 맡았다. 이번 영화에서는 전작 드라마 ‘아는 와이프’와는 다른 연기를 통해 색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지성은 ‘명당’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벅찼다면서 영화를 선택한 계기 및 노력한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털어놨다.

“‘명당’에 참여한 건 단순한데 영화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또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어요. 물론 제가 부족한 걸 알기 때문에 부담도 있었지만, 이 안에서 ‘흥선’으로 누가 되지 않게 역할을 해내고 싶었어요. 아직은 영화계 신인인 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작품입니다.”

지성이 연기한 ‘흥선대원군’은 아직 권력을 잡기 전 이른바 ‘상갓집 개’로 불리던 ‘흥선군’ 시절의 모습이었다. 몰락해가는 왕가의 자손으로 모욕을 당하면서 처절하게 살아온 인물이다. 배우는 ‘몰락한 왕족이 살려고 노력했다는 점’ 여기에 방점을 두고 인물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성은 촬영 내내 표정, 발성, 행동 등 지금까지 익히 알고 있던 ‘흥선대원군’이 아닌 그만의 캐릭터를 완성해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배우 지성은 영화 ‘명당’ 에서 감정 변화의 진폭이 가장 큰 인물인 ‘흥선’ 캐릭터를 맡았다.


‘명당’ 박희곤 감독은 “제2의 주인공인 땅까지 돋보이는 색다른 사극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영화 ‘명당’은 흥선대원군이 지관의 조언을 받아 2명의 왕이 나오는 묏자리로 남연군의 묘를 이장했다는 실제 역사 기록을 기반으로 인간과 나라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명당’을 찾는다는 설정이 더해진 작품이다.


“ ‘명당’ 속 ‘흥선’은 권력을 잡기 이전 젊은 시절의 모습이라 자료가 많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상상을 해봤죠. 그렇게 모욕을 당하면서 처절하게 살아온 이유가 뭘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몰락한 왕족이 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었죠. 어떤 절박함이 있지 않았을까. “‘흥선’이 어땠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다 제쳐두고 ‘이하응’의 인간적인 면을 다루고 싶었어요. 그리고 세상을 바꾸려는 타이밍이 됐을 때는 울분과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몰락한 왕족 ‘흥선’의 야욕이 폭발하는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 중 하나다. ‘박재상’과 함께 세도가 장동 김씨 가문을 몰아내려는 과정에서 두 명의 왕이 나올 천하명당의 존재를 알게 되며 점차 다른 뜻을 품기 시작하는 ‘흥선’. 결국 “이제 이 터는 내가 가져야겠소!‘”라고 포효하며 명당을 차지하려는 굳은 의지를 표출하게 된다. ’흥선‘의 모습은 극중 캐릭터가 겪는 격정적인 감정 변화를 담아내며,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들의 뇌리에 남는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다.

“왕가의 몰락한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흥선’은 ‘삶에 대한 가치관이 분명히 바뀌지 않았을까요? 환경 자체가 그를 바꿔놓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열등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까’란 상상을 했어요. 그러다 때가 됐을 때 나라를 개혁하고자 했지만, 그게 잘 안 된 거죠. 결국 같은 대의를 품고 있던 박재상(조승우 분)과 대립할 수 밖에 없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했다고 봤어요.”

◇ 20년차 배우 지성의 노력 그리고 가치





1999년 ‘카이스트’로 데뷔한 지성은 ‘올인’(2003), ‘뉴하트’(2007), ‘킬미, 힐미’(2015), ‘딴따라’(2016), ‘피고인’(2017) 등에 출연해 ‘갓지성’으로 불리며 연기력을 입증받았다. 영화 ‘레인맨’을 보고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을 품은 소년의 장래희망은 ‘할리우드 배우’였다. 그전까진 ‘꿈’이 없었단다. 굳건한 ‘꿈’이 생겼지만 담임선생님은 ‘너 어떻게 하면 좋니?’ ‘정신 차려야 한다’ 라는 말과 함께 걱정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건 그 시기에 저에게 힘을 준 게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실제로 제 삶 속에서, 조금 과하게 이야기하면, 삶을 포기하고 싶거나 내려놓고 싶었을 때 배우란 직업이 힘이 됐어요. 그리고 아내 이보영의 역할이 크죠. ”

처음에 드라마 ‘카이스트’를 함께 한 아역배우 이민우가 영향을 줬다. 그때 당시만 해도 이민우가 연기 경력이 20년이 넘었던 대선배였다. 이민우의 연기를 보며, 어떻게 대본 하나를 다 외워서 여유롭게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고 했다. 스스로 ‘나는 감히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때부터 상대 배우의 말을 귀담아듣고, 어떻게 하는지 보고, 공부하고, 노력했다고 한다.

배우 지성/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배우 지성/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전 후천적인 배우라 노력하지 않으면 안돼요. 신인 땐 대본 속 감정을 통째로 외워서 연기한 적도 있었죠. 그러다 어느 순간 계산하면 안된다는 걸 깨닫고 자책하기도 했어요. 그 뒤엔 하나하나 글을 써나가듯 내 생각을 정리하면서 하나씩 되새겨 보면서 공부했어요. 어느 날 보니, 이만큼 소화하는 정도가 돼 있더라. 여전히 부족한 게 많지만, 잘하든 못하든 그런 소중한 기억들이 감사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지성은 배우 이보영과 7년 열애 끝에 2013년 결혼해 딸을 품에 안았다. 지성에게 이보영은 ‘가치를 지배하는 사람’이었다. 스스로도 “이건 사랑꾼을 넘어서는 이야기입니다”고 표현했다.

“이보영은 절 세워주고 나아갈 수 있게 한 동반자입니다. 이보영으로 인해 나를 사랑하게 됐어요. 결혼하기 전까지 나 자신을 사랑할 줄 몰랐는데 와이프 덕에 그 방법을 알게 됐어요. 저에게 많은 변화를 선사한 사람입니다.”

겸손과 배려심이 몸에 밴 지성은, 그 점이 스스로를 힘들게 했음을 고백했다. 아내를 만난 이후 그런 생각들도 바뀌었다. “제 가정사가 힘든 시기에 보영 씨를 만났거든요. 전 늘 남이 먼저, 부모가 먼저였어요. 전 어릴 적부터 남을 배려하라고 배워서 그렇게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 그 배려심이 절 힘들게 하고 있더라고요. 보영씨가 절 달라지게 했어요. 삶의 중심이 무엇인지, 나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요.”



◇ 지성의 화두 “나도 즐기면서 연기하는 배우가 될 수 있을까”

함께 작업한 조승우, 유재명, 김성균 등이 ‘최고 성실한 배우’라고 그를 칭찬했다. “누군가 칭찬을 해주면 못듣겠다.”고 말한 지성은“연기 대상’을 받았을 때는 기쁠 줄 알았는데, 연기에 대한 책임감만 느껴졌다”며 부담감도 전했다. 주로 드라마에서 활약한 그는 영화 ‘명당’을 하면서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연기해야겠다는 걸 깨달았다. 요즘 그의 화두는 ‘즐기면서 연기하는 방법’이다.

“ 이젠 즐기면서 연기하고 싶어요. 그걸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거든요.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싶어요. 계속 노력하고 공부만 하지 말고 공부를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던데..부담감을 내려놓고 연기하는 것, 아직은 제 성격상 못하는 것 같아요. ‘내가 부족하니 겸손으로 때우려고 하는 건가?’라고 생각하면서 바꿔보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더 스트레스더라. (노력하는)그대로 보여주는 것, 그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겠습니다.”

지성의 최종 목표는 롱런하는 훌륭한 배우가 아닌 ‘롱런하는 좋은 아빠’였다.

“배우로서 최종 목표는 없습니다. 삶의 행복을 가족에게 맞추고 있어요. 딸에게 좋은 아빠, 건강한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가족의 행복이 가장 큰 목표거든요. 제 나이가 있으니까 딸이 서른에 결혼해도 제 나이가 70이 넘겠죠. 롱런해서 좋은 아빠 아니, 훌륭하지 않더라도 괜찮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현재로선 ‘명당’ 포스터가 극장에서 걸린 모습을 보고선, 와이프가 ‘ 괜찮아’ ’멋있는데‘ 한마디 해준다면 괜찮은 아빠가 되지 않을까요. 배우로선, 앞으로 영화 작업으로도 많이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