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물론 스마트폰·전자기기·태블릿PC·로봇·우주항공·스마트팩토리·자율주행차 등 산업과 일상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는 게 바로 반도체(半導體·semiconductor)이다. 기존 주력산업은 물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드론 등 신산업도 중국에 밀리는 상황에서 반도체는 우리나라에 가장 큰 효자 산업이다.
SK하이닉스가 20조원을 투자해 최근 충북 청주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준공하고 삼성전자가 30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평택에 내년에 제2공장(D램)을 완공하기로 하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시장이 커지며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의 17%(9월은 24%)를 차지한 반도체 구동원리를 살펴본다.
우선 반도체는 도체(導體)와 부도체(不導體)의 중간 성질을 띤다. 실리콘(Si) 등 반도체의 주원료는 부도체와 유사한데 붕소와 인 등 불순물을 첨가하면 도체가 돼 전도도가 높아진다. 수많은 전자회로를 집적한 반도체 칩은 실리콘에 불순물을 넣은 뒤 게이트에 전기를 흘렸다 멈췄다 하며 작동한다.
모든 숫자를 ‘0’과 ‘1’ 2진수로 표현하는 컴퓨터처럼 반도체도 연결(ON)되면 1, 단절(OFF)되면 0으로 해 기억장치와 연산장치 등의 집적회로(IC·Integrated circuit)를 가동한다. 그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게 트랜지스터다. 지난 1947년 미국 벨연구소의 윌리엄 쇼클리 박사가 반도체에 전자를 작용시켜 전기 흐름을 조절하는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며 반도체가 유래됐다. 당시에는 실리콘이 아닌 게르마늄을 이용했다. 반도체 윗부분에 게이트를 붙이고 전기선을 연결해 전기를 통하게 하면 전하가 생기고 떼면 그 반대인 원리를 이용했다. 게이트에 전기를 연결하면 (+)전하가 생성돼 반도체에서 (-)를 끌어당겨 게이트 가까운 곳에 (-)전하가 모이고 이 (-)전하를 흐르게 해 전류를 만든다.
스위치 연결과 단절을 통해 정보를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 바꿔 기억·저장하는 게 메모리반도체이고 그것을 바꿔 제어·연산·변환해 정보를 처리하는 것이 비메모리반도체(프로세서 반도체, 시스템반도체)이다. 컴퓨터를 예로 들면 기억장치인 램(RAM)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이고 두뇌 역할인 중앙처리장치(CPU)는 비메모리반도체다. 반도체는 손톱 크기의 칩에 얼마나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느냐의 경쟁이다.
우리나라의 주력인 메모리반도체 중 D램(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은 메모리 셀을 지정하는 트랜지스터와 커패시터로 구성돼 있다. 커패시터에 축적된 전하량은 정보를 만드는데 시간이 지나면 전하, 즉 정보가 빠져나간다. 주기적인 충전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로구조가 비교적 간단해 컴퓨터·스마트폰·게임기 등의 저장매체로 쓰인다. 모바일화 흐름에 맞춰 저전력·고용량 데이터 처리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휘발성 메모리인 램에는 전하를 잃지 않아 충전이 필요 없고 속도가 빨라 캐시메모리에 많이 쓰이는 S램(Static RAM), 화상정보를 기억하며 동시에 읽고 쓸 수 있어 컴퓨터 그래픽카드에 주로 사용되는 V램(Video RAM)도 있다.
메모리반도체에는 롬(ROM·Read Only Memory)도 있는데 이 중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쓰고 지우는 데 20V의 전압이 필요해 저장된 정보가 전원이 끊겨도 지워지지 않고 10년가량 유지된다. 손톱 만한 크기에 영화 수십 편을 저장할 수 있다. 회로는 직렬, 셀은 수직으로 연결해 좁은 면적에서도 대용량 저장이 가능하다. 3차원 수직구조인 3D 낸드플래시는 집적도가 더 높다.
우리나라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60% 가까이를 차지하지만 반도체 시장에서 비메모리반도체가 70%에 달하는 등 비중이 커지고 있어 고민이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1,000개 이상의 센서를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이 3%에 불과하다.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이 올 해 말~내년 초 메모리반도체 양산에 들어가 우리가 언제까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지도 미지수다. 반도체 전문가인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가상·증강현실, 자율주행차, 로봇, 드론이 발전하려면 시스템LSI와 메모리반도체가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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