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중 웅진 홍보팀장
“회사가 문을 닫는 길밖에 없다”는 임원진의 보고에도 경영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고 도전해 기업의 생명을 이어나가는 것, 손실 가능성을 감수하고 도전하고 혁신해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 우리는 이 정신을 ‘기업가 정신’이라 부른다. 그러나 요즘은 이 같은 위험한 도전을 지속한다면 ‘독단’이나 ‘갑질’을 의심한다. 그리고 경영진에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살피기도 한다.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미국의 학자 피터 드러커가 저서에서 언급했듯 한국은 기업가 정신이 가장 뛰어난 나라로 칭송받았다. 전쟁 후 불모지인 이곳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뤘기 때문이었다. 지난 2000년 세계기업가정신발전기구(GEDI)가 조사한 기업가 정신 지수에서도 한국은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올해 기업가 정신을 평가한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 가운데 20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가 정신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위기를 감수하려는 최고경영자(CEO)의 도전 자체를 경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지난 10여년간 우리의 시대정신은 큰 변화를 맞이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창출에 있지만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은 범죄자라 불리게 됐다. 이제 기업은 고용을 창출하고 임직원의 삶을 약속해야 하는 책무를 안게 됐다. 수익 창출에 더해 사회에 기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처럼 시대 변화를 반영해 진보한 기업가 정신을 우리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라 부른다.
이 정신의 씨앗은 우리 사회에 이미 잠재돼 있다. 웅진만 하더라도 세계에 유례없던 렌털시장을 만들었다. 투명하게 경영했고 크게 성공했다. 사회에 대한 보답으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증여해 웅진재단을 만들고 계열사가 어려울 때 개인 사재 2,000억여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웅진그룹은 600억여원을 대학연구시설에 증여했으며 3급수로 변한 하천을 1급수로 만드는 사회공헌활동 등도 진행했다. ‘갓뚜기’라는 별칭을 얻은 오뚜기그룹의 자선활동이나 정도경영으로 이름난 LG그룹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최근 이 같은 기업의 활동을 비뚤어진 시각으로 폄훼하는 사회 분위기가 너무 안타깝다.
시대가 요구하는 기업가 정신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인의 도전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소임을 다하는 것을 응원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다시 한 번 세계의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사회적 기업가 정신’을 배양하고 격려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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