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업체들이 수요감소와 수출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 되며 방위산업진흥회가 사업중단에 따른 보증금을 대신 내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지금까지 방위사업은 국가가 발주하는 안정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일부 업체의 부실로 사업이 중단되더라도 양수양도를 거쳐 다른 업체들이 사업을 이어받아 진행했다. 방진회가 방산업체 파산으로 사업중단에 따른 보증금을 지급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진회는 최근 방산업체인 코리아일레콤에 215억원을 지급했다. 방진회가 과거 보증을 섰던 경안전선이 파산하면서 원청 업체인 코리아일레콤이 예정된 기한 내에 사업을 마무리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경안전선의 사업을 인수해 이어가려는 업체가 나서지 않으며 최종적으로 코리아일레콤도 사업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피고인 방진회에 보증금 147억원과 사업 지연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방진회는 이에 대해 기존에 개발 사업이 완료된 부분에 대해 받은 기성대가는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항소했으나 기각 당했으며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결을 수용하기로 했다.
방진회가 회원사의 최종 파산으로 인한 사업중단에 수백억원대의 보증 손실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진회는 방산업체들의 보증 애로와 고액 보증료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1999년부터 보증기금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보증기금을 운영한 지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는 단 한 차례도 보증 사고가 없었다. 방진회의 한 관계자는 “방위사업은 안정적인 사업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국가에서 돈을 주기 때문에 사업이 중단되거나 연구개발 실패해도 양수양도를 거쳐서 다른 방산업체가 사업을 이어 받아 수행해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보증사고는 방산 생태계가 그만큼 안 좋아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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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증사고의 시작은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방위사업청은 LG CNS와 과학화 훈련장을 여단급으로 확대하기 위한 사업인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 중앙통제장비체계 체계개발사업’ 납품 계약을 맺었다. LG CNS는 사업의 일부를 쌍용정보통신에 하도급했으며, 쌍용정보통신은 다시 코리아일레콤에 하도급을 줬다. 또 코리아일레콤은 경안전선과 하도급 계약을 맺고 개인용·장비용·차량용·건물용 감지기를 납품 받기로 했다. 문제는 지난 2013년 경안전선이 경영 악화로 부도가 나면서 발생했다. 방진회는 경안전선이 하던 사업을 대신할 업체를 물색했으나 실패했고 코리아일레콤은 곧바로 방진회를 대상으로 소송에 들어갔다. 코리아일레콤의 경영 실적이 방진회를 배려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코리아일레콤은 지난해 영업적자 2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난 2011년 이후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방산업계에서는 방진회의 이번 보증 사고가 방산업체들의 어려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실제 최근 방산업체들의 경영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방진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93개 방산업체들의 방산부문 매출액은 14조 8,163억원으로 전년 대비 3.8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앞서 2013~2015년만 하더라도 방산업체들의 연간 매출액 성장률이 10%를 웃돌았다. 수익성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방산업체들의 방산부문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0년 7.4%를 기록했으나 2016년에는 3.4%로 반토막이 났다. 공장 가동률도 부진하다. 2016년 방산업체들의 방산부문 공장 가동률은 68.6%로 회사 전체(83.0%) 공장 가동률 보다 15%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이다.
/고병기·백주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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