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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 家業 넘기는 '독립문' ]최저임금 불똥으로 비용 상승 호소...100년 기업 꿈 못 살려

지분 매각해도 'PAT' 등 기존 판매브랜드는 유지키로

독립문이 운영하는 대표적 브랜드인 ‘PAT’ 매장의 전경. 독립문은 지난 5월 사명까지 바꾸며 ‘제2의 창업’을 선언했으나 업계의 불황, 높아진 인건비 등에 고전하다 결국 매각을 결정하며 71년간 이어온 가업을 포기하게 됐다. /PAT 홈페이지 캡처






“100세 기업을 만들겠습니다.”

창업 4세인 김형숙 독립문(옛 평안L&C) 대표와 남편인 조재훈 부회장은 기업 탄생 71주년을 맞아 올해 5월 사명을 평안L&C에서 지금의 독립문으로 바꾸며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지난 1954년 한국 최초 의류 상표인 ‘독립문’을 출원했던 창립 이념을 되살려 100년 장수 기업의 꿈을 이룬다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이 꿈을 자신의 손으로는 지킬 수 없게 됐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패션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연내 비(非)패션 업계 전략적 투자자에게 대주주 및 소액주주 지분 100%를 통째로 매각하기로 했다. 독립문 내에 창업 가문의 지분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되는 셈이다. 김 대표 부부가 지분 매각 이후에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김 대표 부부가 이끄는 독립문은 그동안 달려온 세월만큼 장수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했었다. 창업 70주년을 맞았던 지난해의 경우 오는 2020년까지 매출 4,000억원에 이르는 종합 패션뷰티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월 사업부를 새로 구성해 주력 브랜드인 PAT, 데미안, 엘르(엘르스포츠)를 각 브랜드 사업부로 개별 운영하면서 경영지원본부와 브랜드전략본부 2개의 지원부서를 따로 뒀다. 4개의 브랜드를 중심으로 지난해 매출 목표를 2,550억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지난해 매출이 1,600억원에 그치면서 목표는 좌절됐다. 독립문 매출이 신통치 않았던 데는 2016년에 인수한 여성복 데미안이 예상외로 기존 주력 브랜드인 PAT와 크게 시너지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저가 브랜드인 PAT가 베트남 등 해외에서 전량 생산되는 데 반해 중고가 라인인 데미안은 100% 국내 생산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로 벤더 생산을 하는 의류 산업은 최근의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산단가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데미안 인수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데미안은 올해 들어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며 턴어라운드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건비 인상이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난 셈이다.



패션 업계 전문가는 “중저가 브랜드의 경쟁력은 이름 그대로 가격 경쟁력인데 지금과 같은 열악한 제조 환경에서는 국산 브랜드들이 SPA 브랜드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독립문이 의존한 유통 채널이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가두점인 만큼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을 정통으로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품 가격 대비 원가 비중이 낮은 패션 산업의 경우 최저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 등 인건비 상승 여파를 체감하는 데 시간 차이가 더 큰데다 내수시장 침체라는 간접적인 영향보다 생산과 판매에서의 내년께 인건비 상승 부담이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PAT는 전국 261개, 엘르스포츠는 138개 등이 운영되고 있다. PAT 매장을 운영하는 한 대리점주는 “최근 최저임금 상승 이후 가두점 점주들이 영업관리팀에 인건비 상승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털어놓았다.

독립문이 창업주의 정신을 이어가지 못하게 된 데는 밀레니얼 세대와 온라인 시장 위주로 재편되는 경영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와 조 부회장이 지난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이나 백화점, 편집형 매장 등 기존에 하지 않던 유통 채널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기존 가두점 위주의 유통 채널을 바꾸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결국 기존 점주들의 수익을 뺏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다른 PAT 매장의 대리점주는 “가두점 상권이 활발했던 10년 전만 해도 월 매출 1억원을 넘는 점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전성기 매출의 3분의1 이하로 떨어진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패션시장의 중심축이 밀레니얼·Z세대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것도 독립문에 타격이 컸다. 쇼핑 경험을 중시하는 이들 세대는 브랜드 충성도가 낮다. 장수 브랜드보다는 새로운 브랜드에 더 흥미를 느끼며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몰리고 있다. 이들은 저렴한 의류인 SPA 브랜드에서 트렌드가 바뀔 때마다 구매하며 고가의 의류를 살 때는 명품 브랜드라도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독립문 브랜드의 이미지가 올드해 기존 중장년층이 아닌 젊은 층에게 소구력이 없던 것도 있지만 중저가의 가격대 또한 이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써 김 대표 부부가 급변하는 패션시장에서 경영환경마저 악화일로를 걷자 조금이라도 경쟁력이 있을 때 좋은 가격에 매각해야 한다는 계산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션과 무관한 인수자를 선택한 것도 독립문이 장수 기업으로 업력을 이어가려면 기존 패션 업체가 아닌 다른 업계의 시각으로 회사를 바라봐야 한다는 고민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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