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는 이 같은 한은의 기관 의견이 고스란히 담겼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은의 독립성을 위해 한은 집행간부나 금통위 직원이 재직 중이거나 퇴직 후 1년 내 대통령 비서실에 파견·임용될 수 없도록 하고 반대로 대통령 비서실 소속 공무원도 퇴직 2년 후 한은에 들어갈 수 있는 내용의 개정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한은 직원이 대통령 비서실에 파견되면 청와대가 한은 업무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주장했다. 기재위도 입법 취지가 타당하다고 평가하며 검사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대통령 비서실 파견이나 직위 겸임을 금지하는 검찰청법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한은은 “금통위의 통화신용정책 수립·집행과정은 자율·중립적”이라며 수용불가 방침을 밝혔다. 한은은 또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에 대한 기술적·통계적 분석 관련 실무경험을 쌓은 전문인력 파견 시 정부 정책의 효율성에 도움이 된다”며 오히려 인사교류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스스로 충분히 ‘자율·중립적’이라고 외치던 한은의 입장은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정법안을 두고는 정부 앞의 ‘약자’로 180도 바뀐다. 심 의원은 기획재정부 차관이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금통위에 출석해 발언하는 열석발언권 제도를 삭제하고 금통위원 임기를 4년에서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같은 5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한은의 독립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인데 한은은 “임기연장 시 소신 있는 정책 결정 환경이 조성되고 열석발언권은 정부의 영향력 행사나 간섭 등의 우려가 있어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직원들을 청와대로 보내 최고권력과 가까이하는 것은 좋은데 금통위에 정부 인사가 오는 것은 싫다는 얘기다.
이밖에 한은은 △금융기관에 대한 지급결제 감독권 강화 △총재 연임 시 청문회 생략 등 한은에 유리한 개정안에는 ‘수용’ 의사를, △금융투자협회에 대한 금통위원 추천권 배정 법안에는 ‘불수용’의 뜻을 각각 밝혔다.
한은이 수용한 법안들을 보면 금융기관에 대한 한은의 영향력을 확대하거나 국회의 간섭은 회피하는, 기관에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개정법안에 대한 한은의 태도를 보면 철저히 기관 이기주의가 드러난다”고 꼬집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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