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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미중 무역전쟁과 한국의 신성장동력

홍병문 베이징 특파원





중국 베이징 시내의 공기가 최근 다시 급격하게 탁해졌다.

얼마 전 방문한 베이징 순이 공단의 경동나비엔 중국 공장의 한 관계자는 그 이유를 미중 무역전쟁과 연관해 해석했다. 지난해 중국이 도입한 철강 생산 및 석탄 사용 제한강화 조치가 올봄 이후 격화된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뒷전으로 밀리면서 베이징 대기오염 지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업무와 관련해 만난 중국 당국자들의 환경 대책 태도가 지난해와는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말도 전했다. 지난해 겨울 스모그의 주원인인 석탄 난방을 천연가스 난방으로 바꾸는 메이가이치(煤改氣)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베이징시 공공기관에서 입찰하는 대규모 가스보일러의 수요가 급증했는데 올해는 뜸해졌다는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진핑 지도부의 환경 개선 박차 노력 덕에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초 베이징시에서 발주한 메이가이치 사업 납품업체 중 하나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올여름 이후 중국 당국자들은 베이징 등 주요 도시의 가스보일러 공급 목표량 대신 천연가스 소비 제한 목표량 맞추기에 급급해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고위 지도부는 메이가이치 사업의 성과 점검 대신 천연가스 비축량과 수입량을 체크하며 연료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단단히 채근하고 있다.

중국 서민들이 민감해하는 대기오염 대책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미중 무역전쟁 파장에 목을 매는 것은 결국 시진핑 2기 집권의 안정과 집권연장 토대 약화에 대한 노파심 때문이다. 행여 미중 무역전쟁 대오에 빈틈이 발생해 시진핑 리더십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인의 일상생활에 변화를 일으키는 미중 전쟁의 폭풍우가 단기간에 걷힐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만났던 중국 학계와 관영연구소 경제 전문가들은 비즈니스맨 트럼프의 이력을 언급하며 결국 장사꾼 트럼프가 실리를 챙기는 수준에서 미중 통상 갈등을 마무리하고 무역전쟁의 파국은 피할 것이라는 전망에 입을 모았다. 무역 갈등이 지속한다 해도 기간은 1~2년 정도에서 그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도 많았다.

하지만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는 고율 관세 폭탄이 이어지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중국 내 학계와 경제계에서는 지난달 미국의 2,500억달러 대중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자 경제뿐 아니라 군사·영유권 대결과 문화충돌까지 겹친 10년 미중 패권전쟁설이 차츰 힘을 얻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최근 열린 세계무역기구(WTO)포럼에서 “무역전쟁이 20년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고 공개 석상에서 미중 무역전쟁에 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중국 경제학자들도 사석에서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대비 전략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베이징에서 중국의 정치·경제 변화를 오랫동안 관찰해온 한국인 전문가 사이에서도 미중 전쟁을 무역 통상 힘겨루기가 아닌 문화충돌이자 세계 유일 최강국 자리를 놓고 벌이는 신구 거인국의 장기패권 다툼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다.

미세먼지뿐 아니라 수출 등 경제와 정치·사회 각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에 민감한 한국으로서는 주요2개국(G2) 간 장기 무역전쟁이 달가울 수만은 없지만 이를 꼭 단편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실제로 중국 제조업이 지배하는 글로벌 공급 사슬망을 뒤흔들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 반도체 기업에 득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이 당장 중국 증시를 짓누르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한국 경제에 힘이 되는 요소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인들과 경제 전문가들도 미중 무역전쟁 여파의 실체를 분야별로 냉정하게 분석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10년 넘게 지속할 수 있는 G2 무역전쟁 속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 해법을 찾는 길. 지금 한국 경제 운용자들에게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엄중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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