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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 "기업, 이제는 경영보다 공영의 길 찾을 때"

내달 1일 '퇴근길 인문학 수업' 첫 강연자로 나선 최재천 교수

"기업성공 주요인은 '조직관리'

구성원들의 차이점 이해·격려

자발적으로 경영 동참하게 해야"





“이제 기업도 경영(經營)보다 공영(共營)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경쟁 일변도로 조직원을 내몰아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기가 됐기 때문이지요.”

최재천(64·사진)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초대 국립생태원장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 2016년 학교로 돌아올 때를 떠올리며 기업에도 ‘공생’을 위한 비전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개념을 국내에 들여와 큰 반향을 일으키며 스타 학자가 된 그는 대학의 보직도 피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2013년 충남 서천에 국내 최초로 들어선 생태원장 제안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공장을 지어주지 않고 웬 생태원이냐’ ‘지역 경제를 외면하는 정부’라는 싸늘한 지역민들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그는 환경부가 내려준 연간 관람객 30만명 유치라는 목표를 2년 만에 300% 이상 초과 달성했다.

그는 “극한상황에서도 이윤을 창출해내야 하는 기업의 경영자에게 감히 조언할 수 있겠느냐”며 조심스레 운을 띄운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성공에 조직관리가 중요한 요인이라면 구성원 모두가 자발적으로 경영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립생태원장으로서 구성원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던 다짐도 공영을 위해 스스로 정한 비전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기업에 공영·공생을 제안하는 것은 동물학자로서 생태계의 관찰과 연구로 내린 결론이다. “우리 사회가 다윈의 진화론 중에서 ‘약육강식’이라는 경쟁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온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면서 “생태계를 들여다보면 승자 독식보다는 ‘더불어 함께’라는 공생의 원리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970~1980년대 고속성장 시기에는 진화론에서 경쟁논리를 부각시켜 단기간에 목표달성을 할 수 있었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융합적인 기술이 등장하는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경쟁을 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격려하며 부족한 부분은 채워가면서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물학자로서 그의 고민은 2000년 초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라는 개념에 모아졌다. 호모 심비우스는 ‘함께’라는 뜻의 라틴어 ‘심비우스’에서 착안해 최 교수가 만든 용어다. 하버드대 재학시절 친분이 있었던 캐슬린 콜먼 하버드대 고전학과 교수의 조언으로 만든 호모 심비우스는 그가 제안하는 21세기 인류의 덕목이기도 하다.



오는 11월1일부터 5주간 정독도서관에서 열리는 제2회 퇴근길 인문학 수업 첫 강연을 맡은 최 교수는 ‘호모 심비우스와 경쟁적 협력’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동물에게서 배우는 공생의 지혜를 소개한다. 그는 “우리 주변을 살펴봐도 1등만이 살아남는 게 아닌데 조직 내에서 과장된 경쟁체제로 무장시켜 구성원들이 심각한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면서 “같이 일하고 부대끼는 조직 내에서 서로 돕고 격려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다윈의 사상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논어 자로 편에 나오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 바로 호모 심비우스의 정신을 담고 있는 동양사상이다. 화합하고 화목하되 똑같아지기를 남에게 요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상대방이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서 “이념과 계층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때 화합하면서 사회의 다양성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화심리학 등 6개의 국제학술지 편집위원, 제인 구달 박사와 함께 생명다양성재단을 결성, 대표로도 활동하는 그는 아직도 현역에서 연구자로 활약하고 있다. 2013년 서울대공원에 불법 포획된 남방큰돌고래 방사 프로젝트도 그가 진행했다.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방사된 돌고래 ‘제돌이’의 지느러미에 1번이라고 새겨 연근해에 방사한 돌고래의 생태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지금도 제돌이를 만나러 제주도 김녕 앞바다를 찾는 관광객이 수십만 명에 이를 정도다. 생태환경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대중강연을 마다하지 않는 그는 “미국 유학시절 외부 지원금을 받으면 공공도서관의 강연은 필수였다. 과학자의 사회적 역할”이라면서 “과학의 대중화는 자칫 과학을 흥미 위주의 이벤트거리로 전락시켜버릴 수 있다. 과학연구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리기 위해서는 대중의 과학화가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퇴근길인문학수업은 포스코 협찬으로 진행된다.

/글·사진=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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