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장기 에너지정책이 전기요금 등 에너지 가격구조 개편과 에너지효율 향상을 통해 오는 2040년 총 에너지 소비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40년 최소 25%까지 확대하고, 원자력과 석탄발전 가격에 사회·환경비용을 구체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 수립을 위한 워킹그룹은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3차 에기본 수립방향 권고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에기본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수립하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행정계획으로 3차 계획은 2019∼2040년을 계획한다.
권고안의 특징은 에너지정책을 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라 공급을 계속 늘리는 대신 과도한 수요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워킹그룹은 현재의 기술발전과 소비행태, 정책 등이 지속할 경우 2040년 최종에너지소비를 2억1,100만toe(석유환산톤, 1toe는 원유 1t의 열량)로 가늠했다.
워킹그룹은 이를 2017년과 비슷한 수준인 1억7,660만toe로 16.3% 줄이라고 제시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가격구조 왜곡과 낮은 에너지효율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급비용이나 사회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낮은 전기요금이 전력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워킹그룹은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가격에 연료비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용 등 원가와 사회·환경비용을 적기에 반영하라고 설명했다. 또 원자력발전의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이나 사고 위험 등 외부비용을 반영하도록 제세부담금 체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원전사업자가 부담하는 별도 기금이나 원전지역 국회의원들이 요구한 지방세 등이 언급된다.
워킹그룹은 미세먼지를 더 많이 배출하는 유연탄 세금을 올리고 액화천연가스(LNG)는 낮추라고도 권고했다. 전기요금체계는 용도별에서 공급원가에 근거한 전압별 요금체계로 전환하고,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차등화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비롯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요금제를 도입하라고 했다.
이와 함께 워킹그룹은 정부가 내년까지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라고 제언했다. 대기업과 신축건물보다 에너지효율이 낮은 중소기업과 오래된 건물의 효율 향상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라고도 권고했다.
권고안은 ‘안전하고 깨끗한 국민참여형 에너지시스템 구현’이라는 비전 아래 기존 에너지 정책의 핵심가치인 ‘안정적 공급’ 외에 ‘안전’과 ‘환경’을 역설했다.
정부가 이미 발표한 계획대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0%를 달성한다는 전제로 204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목표를 25∼40%로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용 하락, 전력시장제도 개선, 전력계통 유연성 확보, 주민 수용성 등 다양한 여건의 개선 여부에 따라 목표치가 달라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하나의 숫자가 아닌 범위를 제시했다.
2017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7.6%이며, 40%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망한 2040년 세계 평균이다.
워킹그룹은 아울러 에너지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5년 6억100만t에서 2030년 5억3,650만t으로 줄이라고 제안했다.
발전 부문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2017년 3만4,000t에서 2030년 1만3,000t으로, 수송 부문 미세먼지는 2017년 3만4,000t에서 2030년 2만7,000t으로 감축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밖에 미래 에너지산업 육성, 국민참여·분권형 에너지 거버넌스 구현, 에너지·자원협력 강화,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전환 시대의 인프라 구축 등을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권고안은 관계부처 협의, 국회 보고, 공청회, 에너지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등을 거쳐 연말 국무회의에서 확정된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