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조선소에서 일하는 북한 출신의 한 노동자가 원청사인 네덜란드 조선업체를 형사고소했다. 그는 네덜란드 업체가 외국 하청업체에서 자행된 노동자 학대로부터 이익을 얻었고 노예와 같은 노동환경에 관해서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법률회사 ‘프라켄 올리베리아’(Prakken d‘Oliveira)는 이 북한 노동자를 대리해 네덜란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톰슨로이터재단이 8일 전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네덜란드 조선업체는 폴란드 조선소 ’크리스트 SA‘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이고 노예와 같은 환경” 탓에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조선소를 이용해 이득을 취했다. 북한 출신의 이 노동자는 변호인을 통해 악조건에서 하루 12시간씩 일해야 했으며 급여의 상당 부분을 북한 당국에 빼앗겼다고 주장했다.
이 법률회사 소속 변호사인 바바라 반 스트라텐은 “네덜란드 법은 착취로부터 이득을 얻는 행위를 금지하는 독특한 조항을 갖고 있다”며 “이는 회사가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라도 이미 노동 착취를 알면서도 이익을 취하는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길을 열어놓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에서 벌어진 노동자 착취 문제로 네덜란드 내에서 기업이 고소당한 일은 처음이라면서도 업체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네덜란드의 관련 법에 따르면 위반 시 최대 18년의 징역과 8만3,000 유로(1억 원)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변호사들과 인권활동가들은 이번 사례가 전 세계를 무대로 현대판 노예노동을 통해 이익을 얻는 네덜란드 안팎의 회사들에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폴란드 조선소 측은 북한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 적이 전혀 없고, 단지 2016년 이전에 폴란드 인력업체 아멕스(Armex)를 통해 노동력을 제공받은 일이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아멕스는 지난해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폴란드 감독 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앞서 크리스트 조선소에서 불법적으로 일하던 북한인 29명이 2013년에 적발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북한 등록 업체에 고용돼 아멕스를 통해 폴란드 조선소에서 일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뿐만 아니라 수만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조선소와 건설현장, 농장 등 해외의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2008년부터 2016년 사이 거의 3,000 명의 북한 노동자들에게 노동 허가를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은 그동안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노역·착취 의혹을 부인해왔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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