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내 최대 정파인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의 신임 대표가 된 만프레드 베버 의원이 내년 가을 퇴임하는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뒤를 이을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EPP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는 반면 극우정당은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 베버 대표가 집행위 수장에 오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EU 주요 기관의 수장자리를 독일이 장악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EPP 대의원 대회에서 베버 의원이 80%의 지지를 얻어 경쟁자인 엘렉산데르 스투브 전 핀란드 총리를 꺾고 신임 대표에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EPP가 내년 5월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까지 지금과 같이 유럽의회 내 제 1당 자리를 유지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베버 대표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수장이 될 수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유럽의회는 과반 의석을 점한 그룹이나 정파의 대표가 집행위원장이 됐다. EPP 출신인 융커 위원장도 이러한 방식으로 위원장이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베버 대표가 위원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선 EPP를 중심으로 한 유럽 내 중도 우파 영향력이 줄어드는 반면 극우나 중도 좌파 세력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중도 우파 내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기 저조한 독일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기독민주당(CDU)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EPP의 영향력이 위축되고 있다”며 “여기에 남부 유럽을 중심으로 한 경제적 어려움과 부패 스캔들이 중도우파에 직격탄이 되면서 반대급부로 극우정당에 힘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미 EU 조직에서 핵심 요직 대부분을 차지한 독일의 야심에 프랑스 등 다른 회원국들이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이는 점도 변수다. 실제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 회원국 정상들은 유럽의회 선거 결과로 집행위원장을 자동 결정하기보다는 회원국 정상 간에 논의를 통해 집행위원장을 지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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