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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의 테크인] "우주는 수조달러 시장…누리호 개발 속도내야"

'나로호 발사 성공 주역' 김승조 전 항우연 원장

경제성 좋은 정지궤도 위성 올려

우주여행·태양광 기지 만들수도

기존 위성기술로는 산업화에 한계

엔진성능 높일 기술 개발 급선무

김승조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주산업의 만개에 대비한 로켓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한국형발사체 계획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거대한 우주산업의 태동에 대비해 매년 거액을 쏟아부으며 로켓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죠. 이들을 따라 세계적으로 100개 가까운 우주벤처가 소형위성 발사용 로켓을 개발하며 우후죽순처럼 크고 있고요.”

지난 2013년 나로호 발사 당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을 지내며 발사 성공을 주도한 김승조(사진·68) 서울대 명예교수는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도 오는 2021년까지 3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자체 로켓 기술을 개발(한국형발사체·누리호)하는 과정에 있는데 반드시 산업화에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텍사스대 항공우주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항우연 원장을 지냈다.

“위성 위주로 세계 우주기술 관련 시장이 3,000억달러를 넘는데 우주공장, 우주호텔, 소행성에서 귀금속 캐기 등 우주산업이 만개하면 수조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겁니다. 베이조스는 ‘조만간 공해를 유발하는 제품은 대부분 지구 궤도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어요.” 정지궤도 거대위성(지상에서 3만6,000㎞ 상공)들이 우주탐사와 우주여행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고 거대한 태양전지판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지구로 보내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직 항우연 원장으로 후배들에게 냉철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누리호는 설계 제원대로 개발이 이뤄져도 국제경쟁력이 약합니다. 엔진 무게가 너무 무거운데 추력은 낮아 경제성이 좋은 정지궤도 위성을 올릴 수 없어요. 반면 저궤도(200~2,000km 상공)에 위성을 올리기에는 제작 원가가 너무 비싸죠.” 즉 한 번 위성 발사시 600억~700억원은 족히 드는 로켓 발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엔진 무게는 줄이고 추력은 높이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스페이스X처럼 인젝터를 핀틀 타입으로 개발해야 비용도 줄이고 유연하게 추력 조절도 할 수 있다”며 “모든 엔진에 각종 센서와 이를 제어하는 컴퓨터를 탑재해 사고 가능성도 대폭 줄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 전 원장은 최근 누리호 엔진 시험발사체의 발사가 연기된 것과 관련해 “스페이스X도 핵심인 1단 엔진 9개 묶음을 발사하기 전에 엔진 하나짜리 2단 로켓을 먼저 발사했는데 세 번이나 실패했다”며 “단 분리, 페어링 분리 등 시험발사로 확인할 것이 많은데 설령 실패하더라도 얻는 게 많다”며 2~3차례의 사전 발사를 통해 자신감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누리호 시험발사체는 10월25일 75톤의 추력을 내는 엔진 시험발사체를 하늘로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기기 이상으로 2~3개월 연기됐다. 누리호는 1단은 75톤 엔진 4기 묶음, 2단은 75톤 엔진 1기, 3단은 7톤 엔진 1기로 구성돼 2021년 1.5톤짜리 시험용 위성을 2차례 발사하게 된다. 2022년부터는 본 위성 발사에 나설 방침이나 상당 기간 해외 인공위성의 상업 발사를 수주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그는 “우리가 우주기술을 산업화하려면 기존의 위성기술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발사체 개발에 가속도를 내야 한다”며 “엔진 성능을 높여 소형 로켓을 개발해 소형위성 발사 시장에 진입한 뒤 개량된 엔진을 7~9개로 묶어 정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중대형 로켓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과학로켓 1·2·3호, 나로호 개발, 나로우주센터 건설에 이어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김 전 원장은 “로켓 설계 단계부터 개발비는 더 들더라도 양산 비용을 저렴하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로켓에 탑재되는 전자부품들도 시장 제품을 사용하되 고장에 대비한 여분의 시스템을 설계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3분에서 길어야 10분 이내에 임무가 끝나는 로켓에 엄청난 고가의 ‘우주급’ 부품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그는 “로켓 개발이 순수하게 우주탐사나 상업 목적이라는 점을 홍보해야 미국 등과 공동으로 협력도 할 수 있고 시장 개척의 길도 열린다”고 지적했다. 나로호 발사 때도 미국의 협조를 전혀 받지 못해 핵심인 1단 로켓을 러시아제로 사용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에는 로켓 기술을 전수해 대조를 보였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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