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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원태풍 덮친 한국GM] '글로벌 전략' 실패한 GM … 한국에 책임 떠넘기나

배라 회장 "구조적 비용이 문제...인건비 낮춰야"

전기차 중심 속 한국GM은 소형차 생산기지 매력 잃어

"한국 차량공유 등 환경 조성 안되면 철수할 것" 지적

한국지엠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달 19일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본사 사장실 통로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GM은 이날 주주총회를 소집해 글로벌 제품 연구개발을 전담할 신설 법인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연합뉴스




한국GM이 메리 배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이 추진하는 구조조정의 타깃으로 정조준되고 있다. 특히 수익이 나지 않으면 미래 투자도 없다는 현실론을 앞세우는 배라 회장에게 한국GM은 버릴 가능성이 높은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배라 회장은 한국GM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우리의 구조적 비용은 시장 현실(market realities)과 맞지 않고 앞으로 미래를 위해 변화해야 할 사업들과(the transformational priorities ahead)도 맞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장 심각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must take significant actions now)”고 역설했다. 심각한 조치는 결국 북미와 마찬가지로 한국GM도 지난 2006년 12월 말 이전에 입사한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안이다. 배라 회장이 바라보는 미래 GM에 한국GM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는 셈이다.

한국GM에 ‘희망퇴직 폭탄’이 떨어진 이유는 미국GM의 미래 전략에 그대로 나타난다. 미국GM은 올해 3·4분기 영업이익(32억달러)이 전년 대비 25% 급증한 깜짝 실적을 내놓고도 북미 지역 직원의 36%에 해당하는 1만8,0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내연기관을 판매하는 방식의 자동차 산업이 수년 안에 끝날 것으로 예측하는 미국GM 입장에서 과도한 인력은 짐일 뿐이다. 대신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전기차를 사람들이 우버와 같은 자동차공유 플랫폼 업체를 통해 필요할 때마다 불러 타는 ‘모빌리티’ 사회로 가는 것을 미래로 생각하고 있다. 미국GM은 이를 위해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 크루즈오토메이션을 약 10억달러(1조2,000억원)를 들여 인수했고 미국 2위 차량공유업체 리프트에 5억달러(5,80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미국GM은 당장 내년부터 리프트를 통해 자율주행으로 운영되는 로봇택시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오는 2021년 이후 상용화될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경쟁업체들이 대거 등장하기 전에 GM이 먼저 이 시장에서 선두가 되겠다는 구상이다. 배라 회장은 한국GM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잉여현금흐름을 개선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이는 우리가 새로운 제품과 기술에 얼마나 투자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GM은 돈을 아껴 미래 차 사업에 ‘올인(All in)’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GM이 인력 감축을 요구받은 것도 배라 회장이 ‘인건비’를 강조한 데서 읽을 수 있다. 그는 “줄여야 할 구조적 비용은 ‘인건비(People costs)’”라고 정확히 명시했다. 본사가 느끼기에 생산성 대비 효율성이 떨어지는 쪽으로 인건비 감축의 강도를 달리하겠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부분에서 업계는 한국GM의 구조조정이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대주주인 미국GM의 주주들 입장에서 보면 한국GM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사업장이다. 한국GM은 유럽 법인 폐쇄로 인한 수출 감소와 주력 차종의 판매 부진으로 최근 3년간 3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하지만 법정관리 문턱에서 임금동결을 결정한 올해를 제외하면 파업(2011~2017년·총 17일) 등을 통해 2012년 이후 매년 2.7%(2017년)~5.4%(2012년)에 달하는 기본급 인상, 매년 1,000만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여기에 한국GM은 소형차 생산기지로서의 입지도 줄어들고 있다. 향후 10년간 글로벌 자동차의 축이 전기차로 이동한다. 미국GM 역시 이 방향에 맞춰 환골탈태하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거나 새로 개발될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한국GM은 부평 공장과 창원 공장만 해도 생산능력이 65만대에 달한다”며 “올해 협상 때 미국GM이 37만대까지 생산능력을 줄이고 신차로 50만대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산업의 환경 변화에 따라 한국GM의 생산능력은 줄고 사무직뿐 아니라 생산직 인력도 함께 줄어드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GM이 12월 연구개발(R&D) 법인(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을 신설하면서 사무직 구조조정에 돌입한 뒤 생산직도 순차적으로 인력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GM 노조도 이를 우려해 이달 1일 간부회의를 열고 생산직 직원들에게 배라 회장이 한국 등 전 세계 GM에 희망퇴직을 권고한 내용을 번역해 전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한국 산업이 미래 차를 위한 환경으로 급변하지 않는 한 한국GM의 몸집 줄이기는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GM은 자동차가 아닌 테크니컬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뒤 월별로 나오는 차량 판매실적 발표도 중단했다”며 “한국에 차량공유와 전기차 등 미래 차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으면 GM은 언젠가는 나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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