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증권선물위원회의 매매거래 정지 처분으로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게 나왔다. 12일 신한금융투자가 “분식회계로 결론 나더라도 상장폐지 사유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데 이어 15일 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003540) 등도 이 같은 전망에 동참했다.
이날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거래소가 상장실질 심사제도를 도입한 이래 회계처리위반으로 심사 대상이 된 대우조선해양, 한국항공우주 등 상장사 16곳 모두 상장이 유지됐고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에 따라 기업의 계속성, 경영 투명성, 그 밖의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을 참작하면 상장폐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러한 의견과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되면 제약·바이오 섹터를 넘어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체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외국인들에게 한국 주식시장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이어 규제 리스크라는 새로운 평가절하 요소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증선위 결정 전인 13일(9.81%), 14일(6.7%) 삼성바이오 주가가 급등한 것은 상장폐지 가능성을 낮게 본 투자자들의 베팅 결과라는 게 진 연구원의 분석이다.
상장폐지 여부를 가를 쟁점은 2016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의 근거 중 하나인 2015년도 자본잠식 여부로 꼽힌다. 김경률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증선위가 2015년의 분식회계 규모로 판단한 4조5,000억원을 제외하면 완전자본 잠식돼 상장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면 상장요건을 못 갖추게 된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의 2015년 자기자본(자본총계)은 2조7,748억원이다. 그러나 삼성바이오가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하고 있고 자본잠식이 되더라도 유상증자를 통해 상장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번 증선위의 결정이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투자 심리를 극도로 냉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제약·바이오 섹터 전체에 미칠 영향이 거의 없다는 전망이 엇갈린다. 김형렬 교보증권(030610) 리서치센터장은 “개인투자자 거래 의존도가 높은 바이오산업에 대한 불신이 자칫 국내 증시 전체를 비관하는 상황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국내 증시의 저평가 매력을 극대화하는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500대 대표기업 중 건강관리(제약·바이오) 섹터 시가총액 비중이 9.2%(약 127조원)에 달하는데 2019년 순이익 기준 이익전망치에서의 비중은 1.2%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9월19일 금융감독원의 관리지침 발표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R&D) 자산화 관련 회계감리 문제가 완전히 해소됐기 때문에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매매거래 정지가 제약·바이오 섹터 전체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오히려 이번 결정이 제약·바이오 섹터 및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이날 코스피지수는 0.97% 오른 2,088.06, 코스닥지수는 1.46% 오른 681.38에 각각 마감했다.
향후 한국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심사, 기업심사위원회, 개선기간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삼성바이오의 매매거래 정지 기간은 최장 1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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