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모두 끝난 15일 오후6시. 서울 이화여자외국어고 앞은 꽃송이로 가득했다. 10시간가량 고된 시험을 치르고 나온 수험생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수험생 가족들과 후배들은 꽃을 한 송이씩 들고 있다 수험생이 나오자 따뜻한 미소로 반겼다. 홀가분한 얼굴로 웃는 학생도 있었지만 애써 눈물을 참는 듯 입을 꾹 다문 학생들도 보였다.
재수생 홍모(20)씨는 “국어 지문이 이과 쪽에서 많이 나와 특히 어려웠다”며 “수학도 원래 잘 못하는데 오늘도 어렵게 나와서 2교시부터 페이스가 꼬였다”고 토로했다. 김모(21)씨는 “처음 시작하는 국어 과목부터 화법과 작문이 어려워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수학과 탐구영역은 지난해와 비슷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했다.
다 풀지 못한 문제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시험이 끝나 홀가분하다는 학생들도 많았다. 이화여자외고에서 시험을 본 이승현(19)양은 “일단 시험이 끝나 기쁜 마음뿐”이라며 “친구와 신촌 노래방으로 놀러 갈 예정”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서울 덕성여고 앞에서 만난 김지연(21)씨도 “국어를 제외한 과목이 대체로 평이해 좋은 점수가 기대된다”며 “이제 가족들이랑 맛있는 밥 먹으러 간다”고 했다.
이날 오전8시10분 입실을 앞둔 전국 각지의 고사장 앞은 수험생들을 환영하고 응원하는 인파로 북적였다. 청각장애 학생 등 특별관리대상 수험생 759명도 선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결의를 다졌다. 특히 서울맹학교는 올해 처음으로 선배들이 응원을 하기 위해 고사장을 찾았다. 맹학교 졸업생인 이승훈(24)씨와 강성길(25)씨는 점자 응원쪽지와 다과를 준비해 학생들에게 건넸다. 특별관리대상 수험생은 각자 장애 경중에 따라 화면 낭독 프로그램, 지필고사 등을 지원받는다. 시간이 1.5배 연장되는 경증 시각장애와 운동장애 학생들은 오후8시20분께, 1.7배 연장되는 중증 시각장애 학생들은 오후9시43분께 시험을 마친다.
경찰도 수험생들의 긴급 구호요청(SOS)을 받고 분주하게 달렸다. 경찰 오토바이로 5㎞ 거리를 단숨에 달려 수험생이 집에 두고 온 수험표와 신분증을 전달하는가 하면 입실을 10분 앞두고 “택시를 못 잡겠다”는 수험생의 전화를 받고 수험생을 단숨에 고사장으로 데려다주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시험에 늦을 뻔한 수험생 84명을 태워다주고 고사장을 착각한 학생 14명을 수송했다.
반면 2교시 수학 과목이 시작될 무렵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2018 대학입시 거부 선언 행진’도 열렸다. 시민단체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은 “대학에 가지 않는 삶도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며 광화문광장에서 플래시몹을 하고 가방끈을 자르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올해 수능시험은 전국 86개 시험지구 1,190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응시생은 지난해보다 1,397명 늘어난 59만4,924명이다. 결시율이 평균 10% 선인 점을 고려하면 54만명 안팎의 수험생이 시험을 치른 것으로 분석된다. 시험은 오전8시40분부터 국어·수학·영어·탐구·제2외국어 순으로 진행돼 오후5시40분께 5교시가이 끝났다. /신다은·서종갑·오지현기자 down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