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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 등 4개 측정 단위 기준 내년 5월부터 바뀐다

국제도량형총회, 16일 파리에서 7개 국제단위계 중 질량, 전류, 온도, 물질의 양 단위 재정의

일상생활에 변화는 없으나 반도체, 의약, 화학 등 미세측정 필요한 정밀산업분야는 영향

프랑스 파리에서 16일 열린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각국 대표단이 7개의 주요 국제단위계 중 이미 변하지 않는 값을 중심으로 재정의된 길이(m·미터)와 시간(s·초), 광도(cd·칸델라)를 제외하고 4개 단위의 표준을 바꾸는 안건을 의결했다. /사진=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내년 5월20일 ‘세계측정의날(WMD)’부터 킬로그램(㎏) 단위가 금속 블록인 국제 킬로그램 원기(原器)로 정하지 않고 ‘플랑크상수(h)’에 의한 정의로 바뀐다. 질량 표준뿐만 아니라 전류(A·암페어), 온도(K·켈빈), 물질의 양(mol·몰) 단위도 재정의된다.

이는 기존의 정의가 불안정하거나 시간에 따라 변하는 위험이 있어서인데 일상생활에서는 변화가 거의 없지만 반도체나 제약, 원전 등 산업계에서는 보다 정밀한 측정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미세먼지 개수, 방사선 피폭량, 반도체의 초박막과 누설전류 측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는 16일(현지시간) 7개의 주요 국제단위계(SI, international system

of units) 중 이미 변하지 않는 값을 중심으로 재정의된 길이(m·미터)와 시간(s·초), 광도(cd·칸델라)를 제외하고 4개 단위의 표준을 바꾸는 안건을 의결했다.

7개의 국제 단위계.


국제 도량형 학계는 1875년 세계 최초의 국제조약인 ‘미터협약’을 맺고 1889년 길이의 자인 ‘국제미터원기’와 질량의 자인 ‘국제킬로그램원기’를 제작했다. 이어 1889년 백금 90%와 이리듐 10%로 구성된 원기둥 모양의 원기(높이와 지름 각각 39mm)를 1kg의 국제 기준으로 정한 뒤 유리관에 담아 파리 인근 국제도량형국(BIPM) 지하 금고에 보관해 왔다. 현재 1kg은 ‘르그랑K’(Le Grand K)로 이름 붙여진 물체(원기)의 질량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원기의 표면에 오염물질이 축적되고 산화돼 이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질량의 변화가 생겼다. 약 50마이크로그램(㎍), 즉 0.00005g의 오차가 발생하며 미세한 질량 차이로 유의미한 변화가 생기는 의약품 등 산업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됐다.

표준연이 보유하고 있는 kg 원기.


질량의 기준에 오차가 생기자 탄소의 질량을 바탕으로 측정되는 몰(㏖)에 악영향이 미쳤다. 암페어(A)의 정의도 모호해 재정의가 필요했다. 1948년 CGPM은 제9차 총회에서 “1A(암페어)는 무한히 길고 무시할 수 있을 만큼 작은 원형 단면적을 가진 2개의 평행한 직선 도체가 진공 중에서 1m 간격으로 유지될 때 두 도체 사이에 m당 1,000만분의 2뉴턴(N)의 힘이 생기게 하는 일정한 전류”라고 정의했다.

켈빈(K)은 ‘기체와 액체·고체가 동시에 존재하는 물의 삼중점의 열역학적 온도의 273.16분의 1’이라고 1K를 정의했으나 화학적으로는 같은 물이지만 원자의 질량이 서로 다른 ‘동위원소 비율’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변하는 물질 대신에 변하지 않는 수인 ‘상수’를 이용하기로 하고 물리상수 중 하나인 ‘플랑크상수’로 질량을 재정의하는 안을 내놓았다. 플랑크상수(h)는 ㎏·㎡/s 식으로 도출된다. 국제도량형위원회는 지난해 플랑크상수를 6.62607015×10-34Js(Js는 플랑크상수의 단위)으로 정의했다.

이 상수를 구하는 데는 그간 발달한 고도의 측정 기술을 활용했다. ‘플랑크 상수(h)’로 재정의될 1㎏은 ‘키블 저울’을 통해 측정했다. 먼저 양팔 저울의 한쪽에 1㎏에 해당하는 원기를 올려놓고 저울의 한쪽이 원기로 인해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반대편에 설치된 코일에 전류를 흘려보낸다. 자석 내부에 있는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전자기력이 발생하고 바닥 방향으로 작용해 저울이 다시 균형을 이룬다. 저울이 완전히 평형을 이룰 때 코일의 전류와 자기장의 세기를 측정해 1㎏에 해당하는 전자기력의 수치를 측정한다. 현재까지 도출된 플랑크 상수는 소수점 아래 여덟째 자리까지이다.

표준연 연구원이 kg 재정의를 위한 키블저울을 확인하고 있다.


질량뿐 아니라 물질의 양(molㆍ몰), 전류(Aㆍ암페어), 온도(Kㆍ켈빈) 단위도 질량처럼 다시 정의해 내년 5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몰은 아보가드로 상수(NA)로, 암페어는 기본전하 e로, 켈빈은 볼츠만 상수(k)로 각각 대체된다.

CGPM은 앞서 1967년 세슘-133 원자가 특정 에너지 상태가 될 때 내는 복사선의 지속 시간의 배수로 1초의 정의(시간)를 바꿨다. 1979년에는 칸델라(빛의 단위)를 특정 주파수의 빛을 중심으로 한 물리량 기준으로 재정의했다. 1983년에는 길이의 단위(미터)를 불변의 빛의 속도인 2억9,979만2,458분의 1로 바꿨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측은 4개 단위의 표준이 바뀌더라도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GPS(위성항법시스템)가 정교해진 시간 측정을 통해 탄생했듯, 앞으로 첨단기술은 극한 영역에서의 미세 오차까지 허용하지 않는 정확한 측정을 필수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는 얘기다. 박연규 KRISS 물리표준본부장은 “4개 단위의 정의가 한꺼번에 바뀌는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라며 “단위를 새롭게 정의하고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의 유무가 과학기술 선진국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성 KRISS 책임연구원은 “단위 재정의는 과학기술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나 상거래나 제조업, 안전·건강 등 일상생활에서 특별한 변화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표준연 원장 출신인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반도체나 자동차 등이 수출 효자산업으로 부상한 데는 표준연에서 측정표준 능력을 높인 것도 주요인”이라며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나노·정보통신·생명·에너지 기술과 융합기술 개발, 산업 고도화를 위해서도 정교한 측정과학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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