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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Why-美 정가에 부는 女風] 마초에 질린 美 여성들...'보팅 파워'로 뭉쳤다

女 하원의원 100명 넘어 역대 최다

무슬림·원주민 출신 등 배경도 다양

펠로시 대표는 하원의장 도전 선언

'미투' 열풍 속 정치참여 활발해져

성대결 리턴매치 전망되는 차기 대선

워런 상원의원·윈프리 등 두각

첫 美 여성 대통령 탄생할 지 관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견제세력으로 워싱턴 정가에서 부상하는 여성들. 미셸 오바마(위부터) 여사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 당선자,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트럼프를 날려버리자(Dump Trump).”

지난 6일(현지시간) 치러진 미 중간선거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강력한 불만을 표출했지만 외면당해온 여성 유권자들이 분노의 한 표를 착실히 결집해 워싱턴 정가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아직 일부 격전지에서는 우편투표 집계가 끝나지 않거나 재검표하느라 최종 결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내년에 새롭게 개원하는 미 하원에서 여성 의원이 100명을 넘어 역대 최다 기록이 확정됐다. 잇따른 성추문 속에 여성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 성폭행 의혹에 휩싸였던 대법관 후보마저 감싸는 등 폭주를 멈추지 않자 여성들이 직접 심판의 칼을 빼 들었다는 관측이다. ‘미투(Me Too)’ 열풍 속에 여성의 정치참여도 한결 활발해졌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번 중간선거를 넘어 오는 2020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 여성 후보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차기 백악관 주인 자리를 놓고 성 대결 리턴 매치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내년 1월 초 출범하는 제116대 하원에 입성할 여성 의원 수는 최소 102명, 막판 개표 결과에 따라서는 최대 107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여성 의원 수가 가장 많았던 2년 전(84명)에 비해 무려 20명가량 늘어난 신기록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역대 가장 많은 237명(민주 185명, 공화 52명)의 여성이 연방의원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일찌감치 예견됐던 ‘우먼파워’가 실현된 것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의원직에 앉게 된 여성도 34명에 달해 1992년의 기록인 24명을 가볍게 제쳤다.

특히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88명 이상의 여성 의원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여성들의 ‘대모’로 통하는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가 미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으로 8년 만에 귀환할 가능성이 높다. 당내에서는 그의 과도한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해 재선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지만 펠로시 대표는 이날 “나는 당내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 시점에서 하원의장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며 하원의장 도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펠로시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정적이기도 하다.

트럼프에 맞설 여성 정치인의 입지가 확대된 이번 선거에서는 여성들이 세운 다양한 진기록도 쏟아졌다. 뉴욕주 14선거구의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10선 의원을 제치고 일약 스타로 부상했던 라틴계 알렉산드라 코테즈(29) 후보는 본선에서도 공화당 남성 후보를 가볍게 누르고 역대 최연소 하원의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무슬림계 여성 의원도 처음으로 2명 탄생했다. 팔레스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라시다 틀라입 당선자는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의 디트로이트 유세 때 항의발언을 했다가 쫓겨난 일로 유명한 인물로 트럼프 정부의 이민·중동정책을 놓고 일전을 예고했다. 소말리아 난민 출신의 일한 오마르도 미네소타주에서 무슬림계 의원으로 당선됐다. 역시 민주당 소속인 샤리스 데이비스 당선인은 보수색이 강한 캔자스주에서 미국 역사상 최초로 원주민 여성 출신 연방 하원의원이 됐다.



민주당의 하원 탈환과 궤를 같이하는 여성 정치인들의 약진은 여성 유권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보팅파워(voting power)’를 발휘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선거 당일 여성 응답자의 55%가 하원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4년 전 중간선거 때보다 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CNN방송은 “여성 지지율이 62%에 이르는 민주당은 40%에도 못 미치는 공화당과 비교할 때 여성 투표율이 선거 승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로 치러진 이번 중간선거에서 중산층 백인 남성이 트럼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 역할을 했다면 대졸 이상 여성 유권자들이 반트럼프의 선봉장이 돼 트럼프 견제를 실현한 셈이다. 선거분석 업체인 쿡폴리티컬리포트(CPR)는 “역대 최다 여성 하원의원 기록은 백악관에 트럼프 대통령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6년 임기 때문에 전체 100명 중 35명의 지역구에서만 선거를 치른 상원은 여성 의원이 23명으로 기존과 동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주당 텃밭인 매사추세츠주와 뉴욕주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과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이 각각 압승을 거두며 차기 대선주자의 입지를 다졌다. 커스틴 시네마 후보는 공화당 아성인 애리조나주에서 42년 만에 민주당 소속으로 승리해 기염을 토했다.

특히 워런 의원과 질리브랜드 의원은 카말라 해리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과 함께 손꼽히는 민주당의 여성 대선 후보 트로이카로,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유력한 대항마로 거론된다.

최근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온라인 여론조사 업체인 서베이몽키의 조사 결과 2020년 대선에 상대로 어떤 여성 후보가 나와도 트럼프 대통령이 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선에 나설 가능성은 낮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와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는 1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트럼프의 지지도를 앞질렀으며 민주당의 해리스 의원, 에이미 클로버셔(미네소타), 질리브랜드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높았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워런 상원의원 역시 박빙이기는 해도 트럼프를 이길 것으로 전망됐다.

NBC방송은 “차기 대선에서 여성과 젊은 층의 표심이 더욱 강력해질 수 있어 민주당이 참신한 여성 정치인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 타이틀에 재도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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