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인 이유로는 기획재정부의 속도 조절을 들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에 대한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선정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후속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도 도입이 늦어지는 마당에 민간 금융회사에 관련 제도를 요구하기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금융 노조에 대한 정부 내부의 불신도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금융회사 노조 중 상당수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쟁의권을 활용하고 있어 경영 참여까지 허용할 경우 자칫 금융회사 건전성까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속내다. 노조가 경영에 참여해 해고를 어렵게 하고 급여와 복지를 마구잡이로 늘리면 정상적인 은행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윤 원장 역시 노동이사제를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라고 한다. 회사 구성원이 경영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윤 원장의 기본 철학이기는 하지만 공청회 등을 거쳐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한 뒤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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